향기 마케팅을 대중 문화 아이콘으로 승화
국내 향기 마케팅 시장은 2000년 초중반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당시 내의를 비롯해 티셔츠, 넥타이까지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으나 유럽과 달리 향(scent) 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국내 시장 여건상 반짝 호기심에 그치고 말았다.대략 10년이 흐른 지금, 과거의 향기 마케팅은 근본부터 잘못됐다며 향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에 다시금 불을 댕기는 사람이 있다. 지난 20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자연을 요리하다(Cook The Nature)’를 주제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선보인 앤플러스원의 고신재 대표<사진>다. 그는 이날 향을 촉감과 청각, 시각으로 형상화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도를 펼쳤다.
3개 섹터로 나눠진 전시장은 통나무 속을 파내고 특수 건조 가공해 만든 리얼우드캔들, 모던과 엔틱의 중간에서 향기와 결합한 틈새시장을 노리는 프랑스식 가구, 시간이 흐르는 느낌을 시각화한 비디오 아트 같은 작품들이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다. 그저 단순히 후각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쳤던 향기 마케팅을 일종의 문화 아이콘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고신재 대표의 의중이 녹아들어간 것이다.
그가 꿈꾸는 최종 미션은 향기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인식시키고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일이다. 이미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도입한 향기 마케팅을 한국에서 한국적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향기 마케팅은 문화적 접근이 아닌 장사꾼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었다”며 “향 문화에 너그럽지 못한 한국의 상황도 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사업 방식은 없지 않아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향기 마케팅을 시작하면 컨설팅 비용부터 얘기했다. 생산에 들어가면 디퓨저는 최소 1만개, 수량은 100kg 이상. 이런식으로 개런티가 따라붙는다. 컨설팅은 ‘자기 말 값’아닌가. 이러다보니 업체들은 향기 마케팅이 큰 돈이 든다는 생각을 하고 아예 엄두조차 못낸다.”
실제로 그는 지금 모 패션브랜드와 일하면서 초기 컨설팅 비용 없이 브랜드에 맞는 향을 찾는 조향 작업을 마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세탁 횟수에 상관없이 원단에서 영구히 향이 나도록 후가공 공정을 연구 중이다. 고 대표가 말하는 조향 과정이 재미있다. 유아동복 브랜드에는 베이비 파우더 향을 첨가하고 가구 회사에는 우드향을 넣는 식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찾아 간다는 것이다.
“비싸다고 꼭 고급스러운 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원초적 향을 가장 좋아한다. 밥짓는 냄새나 신선한 과일향, 이런 향이 좋은 향이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이 일이 재미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옥 주택 전문 기업인 ‘태봉목재’, 프랑스 엔틱가구를 젊은 감각으로 선보이는 ‘프렌치 링크’, 영상 프로듀싱 업체인 ‘클라우드 이펙트’ 같은 회사들과 이번 전시회 콜라보를 한 것도 재미있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전에도 KAAL 이석태 디자이너 같은 유명인들과 콜라보를 통해 자신의 향기 세계를 선보인적이 있다.
세상에 나온 상업화된 향기는 과연 몇 종류나 될까? 향기 마케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마 2만5000종 정도 될겁니다. 사물의 이미지나 느낌을 기억으로 심어주는 일이 향기 마케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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