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개월 전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걱정하던 글로벌 경제가 이제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경제축이 모두 물가 급락 속에 경기도 침체 양상을 보이는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성장 엔진이 급속히 식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19일(현지시각)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에 비해 1%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47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61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수치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core) 소비자 물가’도 0.1% 하락한 것에 주목한다. 옷·장난감·전자제품 등 경제 전반에 걸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콘(Kohn)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아직까지 크게 우려하지는 않지만 4~5개월 전에 비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며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어떤 조치든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물가하락이 시작됐다. 영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 전달 5.2%에서 크게 하락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1992년 영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영란은행은 현재 2%인 인플레 목표치가 2010년 초에는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스·독일 네덜란드 등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일제히 하락했다.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도 다시 디플레이션을 걱정한다. 일본의 10월 도매물가 상승률은 4.8%로 당초 예상치인 5.5%를 훨씬 밑돌며 5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