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컬렉션 여성복 패션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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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 정체성 과시한 ‘수준 높은 컬렉션’

한국 대표 디자이너들의 수준높은 컬렉션이 연일 이어졌다. 디자이너들은 볼륨과 변형, 자연스럽거나 극단적 믹스 앤 매치, 과감한 절개 등으로 인체의 아름다움을 각자의 미학적 기준과 독특한 터치로 풀어냈다. 아방가르드와 모던, 클래식의 현대적 재해석, 오리엔탈무드의 낭만적 표현으로 컬렉션의 밸류를 한층 높였다. 추동컬렉션이지만 비비드한 색상의 강세가 뚜렷했다. 반면 박춘무디자이너는 다이나믹한 디테일과 레이어드와 함께 모노톤의 노련한 응용을, 양희득디자이너는 블랙만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정훈종, 이도이 디자이너와 같이 화려한 패턴과 페미닌한 라인을 무대에 올리는가 하면 품격있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안윤정디자이너, 커리어우먼을 겨냥한 오트쿠튀르룩을 지향하는 조명례 디자이너의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이번 시즌 오랜만에 컬렉션에 복귀한 이신우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기립박수 속에 결코 녹슬지 않은 그녀만의 패션세계를 유감없이 과시했고 브랜드탄생 30주년을 맞이한 김동순 ‘울티모’ 역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박항치, 김철웅, 박윤수, 루비나, 신장경 등 토요일 마지막을 장식한 SFAA디자이너들은 한국대표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당당한 면모를 과시하는 듯 특유의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고수한 컬렉션으로 관람석을 가득 채운 매니아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영희 기자 [email protected]

<박춘무> 디자이너 박춘무는 모노톤만으로도 놀랍도록 다이나믹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화이트와 블랙을 기본으로 같은 색조간의 레이어드, 드레이프를 통해 불규칙한 사선 디테일들이 돋보였다. 몸을 따라 흐르는 유연한 소재의 기본 착장들과 풍성한 형태감을 보여주는 아우터의 매치, 벨트를 활용한 변칙적 실루엣 연출이 두드러졌다.

<최복호> 이번 컬렉션에서는 햇살의 따뜻함을 핸드 메이드 누빔 형태로 표현했고 레트로 스타일의 감각을 살렸다. 컬러 스티치가 들어간 후드 케이프, 다양한 컬러와 형태의 펠트 소재를 패치워크한 드레스, 화려하지만 세련된 자켓 등 보헤미안의 감성이 물씬 풍겼다.

<정훈종> 백드롭에 눈덮인 겨울 숲이 인상적이었다. 순백의 겨울숲에서 걸어나오는 꽃잎처럼 화려한 색상의 원피스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자로 ‘정(鄭)’자를 오려 하늘거리도록 붙인 원피스는 이색적 이미지를 풍겼다. ‘설화’를 테마로 동양적 꽃그림을 모티브로 고급스런 자수 디테일도 표현됐고 블랙, 핑크, 옐로우, 그린 등 원색에 자수를 놓은 원피스, 울코트 등과 함께 패팅시리즈는 젊은 이미지를 더해 주목받았다.

<안윤정> 바로크 시대 궁중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섬세한 자수 문양들이 패션쇼 전반부에 두드러졌다. 톤 다운된 플럼, 엠버와 골드의 컬러 팔레트, 코트를 장식하는 퍼트리밍, 실크와 벨벳들이 럭셔리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후반부에 등장한 1920년대 롱앤린 실루엣의 로우 웨이스트 실크 드레스 등이 우아하고 여성스런 아름다움을 한층 부각시켰다.

<조명례> 비비드 컬러를 다양하게 등장시켜 따뜻하면서 화사한 오트쿠튀르룩을 완성시켰다. ‘공존’을 컨셉으로 그린의 오피스 셔츠, 브라운 색상 팬츠의 매치 등이 시선을 끌었고 골드 스팽클 슬링백 슈즈를 포인트로 편안하면서 시크한 느낌을 강화했다. 옐로우와 핑크, 블루의 화사한 투피스 스커트에 플리츠원단, 레더 스트랩의 밸류를 매치해 캐주얼한 이미지도 부각시켰다.

<김석원/윤원정> ‘앤디&댑’은 ‘The Marble Halls’를 컨셉으로 허리와 힙을 강조한 아워글래스 실루엣이 돋보인 컬렉션을 완성했다. 볼륨감이 인상적인 페플럼 디테일의 마블 프린트 미니 드레스와 페이즐리 프린트의 벨벳 코트, 다크 그레이의 하운드투스 체크 패턴 테일러드 수트 등은 클래식한 고딕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손정완> 현대 미술가 마크 퀸의 ‘겨울 정원’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전통 자수와 프린트를 활용한 로맨틱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러 가지 퍼 트리밍과 트위드, 니트와 코튼 블라우스, 파이톤과 노벨티, 벨벳과 울코팅, 브로케이드와 쟈가드 등 서로 대비되는 소재의 조합을 통해 반전을 시도했다. 오렌지, 에머랄드, 그린 등 액센트 컬러들도 주목됐다.

<곽현주> 블랙을 기반으로 채도높은 적갈색과 청록색, 그린, 오렌지 등을 붙인 패치워크 스타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밑단이 불규칙한 스커트와 등판에 시스루 소재를 접목한 블라우스 등이 재미를 더 했다. 라펠이 이중으로 된 남성자켓과 코트, 매니시한 여성의 팬츠수트 등 테일러링의 묘미를 느낄수 있는 완성도 높은 의상들을 제안했다.

<강기옥> 모노톤이 주를 이룬 이번 컬렉션에서 시스루에 가까운 얇은 플리츠 원단으로 와이드 팬츠와 튜닉, 드레스 등이 실현됐다. 와이드 팬츠와 튜닉, 드레스 등에 이 소재가 다양하게 활용돼 우아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 아우터로는 풍성한 실루엣의 무스탕, 벌키한 니트 웨어 등이 등장했다.

<홍은주> 블랙 울 저지를 중심으로 편안한 레이어드 룩이 대거 제시됐다. 인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저지 원피스와 스커트, 하렘팬츠 등은 아방가르드하고 여성스런 무드를 잘표현했다. 이번 추동의 아우터들은 등이 부풀어 오른 특이한 모양으로 정형화된 실루엣을 탈피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신장경> 항아리를 모티브로 디자인했고 블랙을 바탕으로 핑크, 레드, 그린, 블루, 오렌지, 퍼플 등 비비드한 색채들이 적용됐다. 울펠트 소재의 모래시계 실루엣 원피스와 코트 등이 매끈하게 고급스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크, 캐시미어, 밍크 등 소재로 고급스런 완성도가 돋보였다.

<양희득> 독특하게도 올블랙의 롱앤린 드레스와 코트들로 강렬하고 인상깊은 컬렉션을 제안했다. 블랙 시스루와 레이스, 가죽을 레이어드 한 맥시멀한 길이의 드레스들은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피날레에서 디자이너가 백드롭을 찢고 등장하는 깜짝 퍼포먼스도 인상깊었다.

<김동순> 올해 브랜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김동순 ‘울티모’는 사막의 유목민이나 중동의 왕족을 연상시키는 동양적 컬렉션을 제안했다. 태슬이 달린 두툼한 아우터와 실버톤의 레이스 튜닉, 시퀸이 달린 하렘 팬츠, 니트 레깅스, 울펠트 드레스 등 아시아 민속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들이 두드러졌다.

<김철웅> 여성의 실루엣에 입체감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과감한 절개선에 지퍼 디테일로 볼륨감이 탁월한 벌룬 라인의 코트와 스커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글로시한 이그조틱 레더 소재를 트리밍한 코트, 테일러드 자켓과 블랙 레이스 맥시 스커트의 믹스매치는 신비롭고 절제된 비율의 미학을 선사했다.

<박윤수> 2011 S/S 런던에서 캡슐 컬렉션을 열어 런칭한 ‘빅 팍(BIG PARK)’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 작가 ‘알 헬드(AL Held)’의 작품을 모티브로 스트리트 컬쳐 속 배드걸을 표현했다. 블랙에 머스터드 옐로우, 네오 핑크, 블루 등 다양한 컬러 블록을 조합했다. 롱앤린 실루엣의 스커트와 오버 사이즈 가죽 자켓 등 대조적 아이템을 매치, 경쾌한 무드를 보여줬다.

<루비나> ‘아시아의 집시를 찾아 떠나는 민속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티벳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다양한 컬러와 소재매치로 표현했다. 페이즐리 패턴의 자가드 그린 팬츠, 태슬 디테일의 레더 스커트, 퍼 트리밍 니트 스커트, 멀티 컬러 머플러 등은 자유롭고 이국적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신우> ‘CINU’는 비구름을 형상화한 조명아래 이신우디자이너만의 부드럽고 순수한 이미지들로 표현됐다. 드레스나 자켓 등은 빗방울 모티브의 펀칭 레이스 디테일로 장식됐다.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시퀸으로 뒤덮인 플랫폼 슈즈들은 컬렉션 스타일링의 핵심 요소로 활용됐다. ‘언덕위의 구름’을 테마로 한 이번 컬렉션은 우아하게 물결치는 사선 티어드 드레스와 페블럼 코트 등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런 무드를 이끌어냈다.

<박항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경제적인 성공을 모두 갖춘 글래머러스 한 여성에게 아마존의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과감한 실루엣의 라펠과 풀오버 형식을 담은 코트와 디자인이 주목받았다. 타탄체크와 하운드 투스 체크 패턴을 변형시킨 불륨감 있는 슬리브리스 미니 드레스와 강렬한 애니멀 프린트의 퍼 카라 베스트 등 모던하면서도 섹시한 실루엣이 현대 여성의 당당함을 한 차원 돋보이게 했다.

<문영희> 특유의 편안하면서 여성스럽고 드레시한 스타일과 장식적 어깨라인이 가미된 자켓 등을 선보였다. 오간자소재 와이드팬츠와 샤워 가운느낌의 실크 랩 드레스도 문영희만의 ‘동서양문화의 배합과 변형’이라는 주특기를 잘 대변해 줬다.

<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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