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의 올 여름 피서 장소는 산도, 바다도 아닌 서울 외곽의 미술관이었다. “왜 하필 미술관이냐” 물었더니 “돈 절약은 물론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찼던 머릿속이 조금은 비워지는 느낌이어서”라고 대답한다.
어떻게 금쪽같은 휴가가 미술관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인생을 훑어내려가는 그 과정이 A씨에겐 낯선 곳으로의 여행으로 완성되기 충분했다. 최근 2~30대 젊은 소비자들의 취미 패턴이 전시회 및 예술 공연 등으로 옮겨 가는 추세다. SNS에 요즘 인기인 전시회만 검색해봐도 그 게시물이 1만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발맞춰 캐주얼 브랜드도 미술관 혹은 전시회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화려한 연예인으로 도배한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와 함께 공감하고 숨쉴 수 잇는 차별화된 문화마케팅에 앞장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디에프(대표 손수근)의 ‘테이트’는 안토니 가우디를 조망하는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展’협찬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는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안토니 가우디의 미발표 작품들과 유네스코에 등재된 7개 건축 도면 및 모형 3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테이트 관계자는 이번 협찬의 가장 큰 이유를 고객과의 ‘소통’으로 꼽았다. 그는 “테이트 고객이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전시회 협찬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서울과 경기권에 속한 테이트 주요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전시티켓과 할인권을 증정한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가장 가까운 소통 창구인 SNS로 전시회 관련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전시회는 11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엑스엑스엘(대표 서종환)의 ‘배럴’은 평소에도 다양한 콘서트와 문화행사에 협업을 진행하는 걸로 유명하다. 얼마 전에는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공식 MD로 참여해 펜타포트만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했다. 결과는 완판이었다.
이달 21일에는 대림미술관에서 ‘MINT BUBBLE PARTY’를 진행한다. 래쉬가드로 대박났던 브랜드인만큼 참가자들의 드레스코드는 서핑룩으로 통일하고 신나는 디제이 공연이 이뤄진다. 정적인 전시회가 이뤄지는 미술관에서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파티가 이뤄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에 고객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대림미술관은 캐주얼 브랜드 카이아크만과도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렇듯 업계가 지속적으로 예술 공연계에 러쉬행진을 이어가는 까닭은 뭐니뭐니해도 신규 고객 유입 및 젊은 이미지 정립이다. 백화점과 매장에 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이제 옛말이다. 함께 문화를 즐기고 호흡하는 새로운 패션브랜드로서의 개념이 요구되는 때다. 변화의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패션업계와 예술의 경계가 문 하나로 오고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