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장은 축소…국내 생산기반 공동화 ‘발등의 불’
국산 원부자재 가격 높다…진출업체 대부분 사용기피
이미 외국에 진출한 韓섬유·패션 기업들은 앞으로도 해외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공장 확대 계획은 없어 국내생산 기반 공동화가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이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최근 해외에 진출한 면방과 화섬, 직물·염색 및 의류·패션 기업 54개사를 대상으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활동 현황 조사·발표에서 나왔다.
■5년내 해외 투자 더욱 ‘확대’
전체 응답업체 중 향후 5년내 해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비중은 약 30%에 달했다. 축소할 계획이라는 업체는 2.3%에 불과했다. 투자 대상 국가로는 TPP 최대 수혜국인 베트남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절반에 가까운 46.7%는 베트남을 선호했고 다음으로 미얀마(20.2%), 인도(13.3%), 중남미(13.3%), 인도네시아(6.7%)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업체는 1곳도 없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늘어나는 해외 투자 규모에 비례해 국내 공장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전체의 47.3%는 국내 공장을 축소하면서 해외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국내 공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며 해외 투자를 하겠다는 곳은 31.6%에 그쳤다. 21.2%는 답변을 유보했다.
■국산 원부자재 비중 계속 ‘축소’
이번 조사서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우리 기업들의 한국산 원부자재 사용 비중은 27.4%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제3국 조달(38.9%)이나 현지조달(33.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그러나 해외 현지 법인들의 만족도는 56.0%로 불만족하다는 업체들보다 6배 가량 높았다.
한국산 원부자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 업체 중 절반(50.6%)은 가격을 문제로 꼽았고 다음으로 납기(21.7%), 물류비(19.3%)를 장애 요인으로 인식했다. 해외 법인의 매출액 중 제3국 수출 비중이 93.4%를 차지함에 따라 현지 완제품 시장을 겨냥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제일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지 시장 판매와 한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각각 4.0%, 2.6%에 그쳤다.
한국산 원부자재 사용 비중은 날이 갈수록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기준 한국산 제품 조달 비율은 27.4%였지만 5년 후인 2019년에는 이 비중이 15.5%까지 낮춰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이유로 기능성 원단 같은 신소재는 중고가 제품 위주로 국내에서 생산하고 해외 법인은 중저가 범용 아이템 위주로 대량생산하는 제품차별화 분업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출기업 절반 이상 “만족”
해외 진출 기업들의 만족 비율은 56.0%에 달했다. 낮은 인건비(33.0%)와 인력 확보의 용이성(27.8%), 대량생산에 의한 생산비 절감(18.3%), 원자재 공급의 용이성(10.4%)이 주요 요인이었다. 특히 해외 법인 생산제품의 품질은 한국의 93% 수준까지 올라왔고 우리 업체가 직접 기술을 이전한 경우에는 한국 본사의 95%에 달해 거의 대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노동생산성과 노무 관리의 어려움(47.6%), 인프라 시설 미비(22.9%), 현지 진출 업체의 과잉경쟁(16.2%)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이를 통해 최적의 글로벌 가치 사슬을 구축해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글로벌 투자업체들에 대한 금융 지원 등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과 인니에 직물과 미들스트림의 생산 직접화를 통해 이들 지역에서 ‘섬유소재-염색가공-의류’로 이어지는 원스톱 생산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제품 차별화 분업 확대와 함께 내수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밸류 체인(vlue chain)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봤다. 중국 신창타이(新常態, 중고속 성장을 맞는 중국의 뉴노멀(new normal) 정책) 유망도시인 성도, 중경, 시안, 정저우 등 잠재력이 높은 시장 진입 확대를 위한 맞춤형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결론이다.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