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자의든 타의든 백화점 영업을 중단한다는 브랜드 소식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영 쪽에 있는 브랜드 5~6개가 백기를 들었다. 올해 중단 브랜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용기 있는 새로운 공급자도 없다. 어떤이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지난 몇 시즌 간 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외형을 맞추기 위해 브랜드마다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 할인쿠폰 남발, 특가 기획 상품 비중 확대 등으로 외형은 억지로 맞추었더라도 매출의 질이 떨어지면서 수익 급하강이라는 심각한 딜레마를 가져왔다. 유통이 마이너스 엠디라고 자초하면서까지 앞 다퉈 수수료 혜택을 준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면적 할애는 내셔날 브랜드들의 가격 저항력을 높였다. 과거 백화점만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하이엔드 감성의 자존심은 내버린 듯 해보여 안타깝다. 임대마진으로 수익을 챙기는 유통 입장에서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상생 의지 상실도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여성복 전문 업체들의 내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두 자릿수 마이너스 신장과 영업이익이 하락한 곳들이 많다. 따뜻한 겨울날씨로 연말특수를 누리지 못한 백화점들은 연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신년세일 행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재고 물량과 할인율을 내세웠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익을 포기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과 할인에 익숙해진 고객들 간의 괴리감은 이제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갈수록 정상 판매는 요원하고 쇼룸으로 전락한 오프라인 매장과 아울렛만 기형적으로 늘고 있는 유통구조. 아울렛을 채울 엠디와 물량을 고민하는 업체와 유통 관계자들. 반복되는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침몰하는 걸 알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어느 본부장의 말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여성복, 바닥 탈출은 정말 불가능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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