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봉제’ 대체용어 발굴이 시급하다
[한섬칼럼]‘봉제’ 대체용어 발굴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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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록(스카프나 기타 원단의 끝 처리 작업 방식), 마도메(단처리 등 마무리 작업), 시아게(다리미질을 포함한 마무리), 삼봉(다이마루, 니트 등 옷의 단이나 시접을 처리하는 봉제방법). 나이 40이 넘은 중년들은 그나마 들어본 단어들이지만 요즘 세대들에게는 이런 표현이 있나...싶을 만큼 생소한 말들이다. 옷 만드는 봉제의 각 작업단계를 지칭하는 이 낱말들은 업계에서만 제한적으로 통용되는 일종의 사어(死語)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봉제산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국회 차원의 관심이 커지면서 ‘봉제’라는 용어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산업용 섬유기술 개발과 업계의 지속적인 인식 개선 노력에 힘입어 점차적으로 이미지가 나아지고 있지만 봉제라는 단어 자체는 여전히 70~80년대 냄새를 물씬 풍기는 구닥다리라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은 곧 행동을 낳고 행동은 더 나은 결과물을 산출하는 기본적 생산활동이라는 점에서 봉제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은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 물론 이전에도 업계에서는 대체 용어 개발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왔다. ‘봉제업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류산업협회는 이미 2008년부터 ‘봉제관련 대체용어 공모전’을 실시해 왔다.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봉제산업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회원사 및 전국 대학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9년에는 공모전에 대한 대국민 참여도가 낮고 대체용어 선정 후 이에 관한 구체적 활용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수상작 선정이 보류되기도 했다. 의산협의 봉제 관련 대체용어 공모전은 2010년을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다. 2010년 공모전에도 마땅한 응모작이 없어 우수작만 몇 점 선정했을 뿐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현재 의산협은 ‘의류제조’와 ‘패션봉제’ 2가지 용어를 혼용하며 봉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봉제산업 정부·지자체·국회 지원 강화
대중 인식 전환 위해 단어부터 바꿔야
현재는 ‘쏘잉마스터’ ‘의류제조’ 널리 쓰여
종사자 자존감 살리는 용어 발굴해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 산업으로 발전


서울봉제산업협회 역시 수년 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용어 공모전을 시행했지만 의산협과 마찬가지로 마땅한 대체 용어를 선정하지 못했다. 봉제 교육 및 정부 정책 사업을 다수 수행하고 있는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는 봉제전문가 자격시험(SQMT)을 시행하며 ‘쏘잉 마스터(sewing master, 봉제 장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중적 인식 확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문 조합인데다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쏘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간략하고 쉽게 인식돼야 하는 단어로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연구원 금기용 박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단에서 재봉, 마무리 작업까지 여러 단계로 이뤄진 봉제 작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3D 산업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고 젊고 유능한 인력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체 용어 개발을 통해 실밥 날리는 지하 공장을 떠올리는 3D업종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젊고 유능한 인력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봉제뿐 아니라 외래어가 판을 치는 섬유, 패션 분야에서 우리말을 사용한 좀더 명확한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은 수없이 많았지만 방법은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염색’ 대체어로 선정된 ‘패션칼라(fashion color)’라는 용어다. 한국염색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011년 패션칼라와 물들임, 색맞추기 등을 개선 용어 후보군으로 올려 논의한 끝에 패션칼라를 대체 용어로 확정했다.

패션칼라라는 말 자체가 영문 그대로 해석하면 ‘패션의 색깔’로 인식되는데다 칼라는 컬러의 오기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대로 확정·시행됐다. 이런 연유로 현재 이 단체는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라는 다소 장황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이름을 갖게 됐다. 당시 연합회측은 “패션칼라라는 말을 업계에서 많이 사용했고 일부 지역 협동조합에서 ‘패션칼라’를 넣어 명칭을 바꾼 적이 있어 그대로 사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 같은 용어 재정립은 대중의 인식 전환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미용사’라는 말이 ‘헤어 디자이너‘로 바뀌면서 젊은층들이 대거 이 업종에 뛰어들어 활력을 불어넣은 것만 봐도 그렇다. 소위 걸그룹으로 대변되는 대중 문화의 흐름이 세분화되면서 수요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정부, 지자체, 국회의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봉제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및 관련 기술 개발과 더불어 용어의 재정립 역시 시급해 해결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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