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구조조정에…부채율 증가 등 적신호 요란
최근 중견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과 상당수 인원의 구조조정 착수, 직원 월급 미지급 사태, 브랜드 중단 등의 소식들로 불황 속 패션업계의 위기감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통상 5~6월은 추동 기획 관련 생산 자금이 70~90%까지 투입되는 시점이다. S/S 간절기가 거의 없어지면서 매출 폭발력이 없는 시기라 현금 유동성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된 상태다.
‘르샵’을 전개하는 중견 패션기업 현우인터내셔날이 지난 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우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단기차입금 250억 원이 도래했고 30억 원의 협력업체 생산자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여기에 직원 임금까지 지연되는 등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기각 요건이 없는지 살핀 후 2~3주 후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우인터내셔날은 1세대 토종 여성 SPA로 출발해 단일 브랜드로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편집샵 북마크, 중국 사업 투자 등 신사업에 대한 연이은 실패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또 대표 브랜드 르샵 상품 변별력 부재가 지속적인 수익 하락으로 이어져 몇 년간 경영 악화에 시달려왔다.
지난 3~4년간 지속된 의류 매출 부진에 따라 기업들의 이익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빨간등이 켜진 업체들이 상당수다.
국내 간판급 패션 대기업 A와 B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오너의 구조조정 명령이 떨어진 상태다. 우선 대상은 고연봉의 부서헤드급 또는 임원들이다.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론을 명분으로 후임에 대한 대안 없이 퇴사를 명하거나 책임자를 교체하는 식이다.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구조조정 인원이 100여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C업체는 지난해 투자한 신규 및 편집형 브랜드 등 신사업에 대한 성과 미흡과 대표 브랜드 실적 악화가 도화선이 됐다. 올 초부터 직원 월급이 지연되고 협력업체 생산 자금 결제가 원활치 않는 등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임대료가 높은 강남에서 벗어나 타지역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등 긴축 정책에 들어갔다. 직원들에게도 금년 중 임금 지연에 대해 양해를 구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부상과 해외직구, 대형SPA 등에 의한 고객 분산과 이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재고율 상승, 정상가 판매 축소, 원가 회수율 하락 등 실적 지표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메인 브랜드의 매출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난국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대형 패션업체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복된 인원 구조조정을 통해 부당하게 퇴사한 직원들과 불만이 쌓인 협력업체 등에서 흘러나온 소문들이 결국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착화된 경영 및 구조적인 문제 또한 되짚어야 할 시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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