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기업을 유치해 세계 섬유시장에서 한 몫하고 싶다. 한국기업이 진출하면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에티오피아 물라투 대통령)
“한국 섬유산업은 산업개발 초기 외화획득의 첨병이었다. 한국 봉제산업은 경쟁력을 잃었을 때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개도국 투자를 시도해 그 나라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섬유산업 개발 노하우를 에티오피아에 선용하도록 하겠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성기학 회장)
두 대화는 2015년 12월4일 에티오피아 대통령 궁에서 있었던 물라토 대통령과 성기학 회장 간 면담의 골자다. 그리고 지난 6월8일 성기학 회장은 평창 섬유패션업계 CEO 포럼 개막연설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약 60ha(약 60만평)에 이르는 한국섬유공단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 섬유산업이 아프리카 시대를 알리는 데 필요했던 시간은 단 6개월이면 족했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발생지 아프리카에 한국의 섬유기술이 찾아간다. 동남아에서 중남미에서 꽃피운 한국의 봉제가 이제 검은 대륙까지 활짝 열어젖힌다. 아프리카에서 만든 글로벌 브랜드를 단 옷이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시간도 머지않았다. 곧 인류는 메이드 인 아프리카 옷을 입는 시대를 맞는다. 지금 한국의 섬유봉제는 인류 탄생의 장에서 인간과 의류의 새로운 불가분의 관계를 이끄는 기관차다. 세계 의류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면 너무 앞서간 발상인가.
역동적인 한국의 섬유봉제 파워가 지금 지구촌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섬유봉제의 질긴 생명력과 무관하지가 않다. ‘한계기업은 있지만 한계산업은 없다’는 말 또한 섬유봉제가 입증시킨다. 당장 한국의 섬유산업은 경쟁력 상실에 헤맨다. 수출은 역성장에 넋을 잃었고 패션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SPA 침탈에 빠졌다. 은행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의 발호를 알린다. 폭탄이 따로 없을 만큼 부도 도산의 회오리가 긴장을 더한다. 넋 놓고 있으면 공멸의 길에 들어선다. 눈앞에 생사의 결단만 아른거린다.
섬유봉제 해외투자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나가지 않으면 앉아서 공멸의 시간만 재촉
스트림 동반 진출해 부가가치 파이 키워야
섬유봉제는 개도국 경제 발전 견인차
무엇보다 양국 서로 실리 챙기는 투자돼야
봉제의 엑소더스는 한국 섬유산업의 새로운 시험대였다. 80년대 후반 脫한국에 나섰던 봉제는 3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아 한세 한솔이라는 거대 글로벌 벤더로 키워냈다. 각사 연간 수출규모가 15억 달러를 웃돈다. 또 연간 1억 달러 수출을 넘기는 벤더만 열손가락으로 세기에 부족하다. 역동적인 산업의 진화라 할 만하지 않는가. 그러나 봉제의 엑소더스는 이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옷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80년대 후반 무렵이었다. 대우에서 의류 수출 비즈니스에 몸담았던 某인사가 독립했다. 그가 다룬 아이템은 의류 부자재 수출이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국내 첫 부자재 패키지 수출업체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기자와 만난 그가 의류봉제 생산에 나선다고 말했다. 생산지로 아프리카를 택했다. 탄자니아였다. 깜짝 놀랐다. 투자 배경은 들었지만 그 당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某인사는 구룡통상 고재한 사장이다. 비록 중도에 비운을 맞았지만, 그의 섬유봉제 혜안은 남달랐다. 한국의 섬유봉제 아프리카 시대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통계기준 한국의 국내외 섬유수출은 290억 달러, 세계 3위라 밝혔다. 290억 달러 수출근거로 한국무역협회 기준 국내 생산 수출 139억 달러, 해외 생산 수출을 151억 달러로 추정해 더했다 했다. 추측컨대 지금 섬유수출은 당시보다 해외 비중이 더 클 게 분명하다. 문제는 의류생산 일변도다. 의류가 가는 곳에 섬유가 뒤따라야 부가가치 창출이 전제된다. 이미 선행학습을 통해 배웠다. 이제는 실천에 옮길 때다.
섬유봉제 아프리카 시대가 다가온다. 섬유봉제 산업은 후진국이나 개도국이나 경제를 일으키는 기관차다. 한국의 섬유봉제가 이들 국가에 도움이 되고 한국에 투자의 과실을 안기는 기대도 크다. 섬유봉제 해외투자가 또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