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패션브랜드를 중심으로 현장직구, 이른바 SEE NOW/BUY NOW가 확산되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런웨이에 제품을 올리고, 그 다음날 바로 매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소위 패스트패션을 지향하는 저가 브랜드들이 카피하는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지배적이다. 톰포드 버버리 등이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버버리의 수석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가 오는 9월 패션위크를 기점으로 런웨이의 새로운 혁신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되고 있다. 오랜 전통을 깨는 혁신적인 선언인 동시에, 패션업계에 영향력이 큰 브랜드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매년 2월과 9월 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 4대 도시에서 패션위크가 열린다. 2월에는 6개월 후의 봄/여름 컬렉션, 9월에는 이듬해의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 공개한다. 선 공개 시스템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며 시대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 더욱이 버버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 유명 크리에티브 디자이너들이 앞장서고 있다. 버버리는 생산 환경도 걸맞게 변화 시켜야 된다는 개선점까지 내놨다,
미국 대표 디자이너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는 강조했다. 6개월 전 컬렉션을 선공개함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디자인을 카피하는 사람들뿐이다. H&M, ZARA와 같은 저가 대형 브랜드들이 컬렉션을 흡사하게 카피한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패션쇼에서 본 옷을 사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하는 직접 소비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줘야한다. 특히 그녀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회장으로 디자인카피에 대한 법안을 만드는 등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실천해온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소속 디자이너인 톰포드와 다이앤 등은 SEE NOW/BUY NOW 움직임에 동의했다. 시스템 재정비로 소비자 중심의 패션쇼를 구축해 매출 증대를 지향해야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소비자들의 의류 지출이 외식비나 레저로 전환돼 패션 산업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다.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full-price 판매를 도모해 의류업계 매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버버리, ‘유연한 제조 환경’ 새 시스템
디자인 즉시 옷 제작…동시다발적 작업
납품업체들, 원만한 의사소통 협조 불가피
패션대기업, 섬유 자회사 설립 가능성
섬유·유통까지 대대적 변화예고
일부 인디비주얼 디자이너들은 이미 실천함으로 매출 급증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레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 매튜 윌리암슨(Matthew Williamson) 등 일부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 실천 중이다. 레베카 테일러(Rebecca Taylor)는 최신 컬렉션을 소비자들에게 다이렉트로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매출 급증세를 보이는 중이다. 신진디자이너인 미샤 노누(Misha Nonoo)는 시즌 제품을 바로 선보여 웹사이트 트래픽 80%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국내 브랜드들도 적극적이다. 최근 신원(대표 박성철)은 고객이 구매하기 직전에 상품을 선보이는 ‘SEE NOW BUY NOW’의 트렌드를 반영한 ‘반하트 디 알바자’의 프레젠테이션 쇼를 개최했다. ‘반하트 디 알바자’는 ‘서울패션위크’에 발표해 왔다.
신상품 판매를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태의 프레젠테이션 쇼는 처음이다. ‘뉴욕패션위크’에서 시작된 급변하는 패션 경향을 캐치한 것이다. 톰포드 버버리 등 브랜드가 동참하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컬렉션 행사라 할 수 있다. 신원 관계자는 “이제는 새로운 개념의 프레젠테이션 쇼를 통해 소비자와 만날 시점이 됐다.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라인을 구성하는 작업은 계속 돼야한다”고 말한다.
소비자 중심의 움직임(consumer-driven)이 가속화된다. 런웨이 패션쇼는 매체와 바이어 대상이다. SEE NOW/BUY NOW 시스템은 소비자가 중심이 된다. 이러한 현장직구 시스템은 의류의 제조와 유통환경의 급변을 낳을 것이다. 버버리측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 후 더욱 민첩하고 유연한 제조 및 납품 환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옷이 디자인되는 즉시 제작으로 이어지는 등 모든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도매업체 또는 납품업체들과 더욱 원만한 의사소통으로 협조하며 일하는 환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언급했다. 일부 큰 기업들이 섬유 자회사를 설립하게 될 경우 섬유 유통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패션 마케팅 전문가들은 버버리 같은 대형 브랜드 회사는 빠르고 유연한 섬유 공급을 위해 패브릭 자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하는 패션쇼는 곧 판매로 이어지는 수단이다. 최근 불고 있는 소비자 중심 트렌드인 온디멘드(on demand), 서비스와도 일맥상통 한다. 온라인의 발달이 역직구로 이어지는 요즘, 현장직구는 또 다른 인성과 대화가 필요해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