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업계 발전 저해 요인 지목
국내 패션봉제업계는 원산지를 속이는 불법 ‘라벨갈이’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하고 업계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업계는 “라벨갈이는 건전한 국내 봉제제조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문제”라며 “라벨갈이 철퇴를 위한 의류봉제인 운동본부(가칭)를 출범시켜 시정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본지는 지난 17일 동대문패션비즈센터에서 패션봉제업계 2018년 신년 좌담회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불법 라벨갈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심각한 산업 노령화를 당면 과제로 꼽고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관련기사 12·13면 PDF참조
좌담회에서 동북부스웨타연합협동조합 이덕희 이사장은 “소비자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 제품을 저가로 인식하고 비싸더라도 국내 생산 의류를 선호하다 보니 시장에서 불법 라벨갈이가 판을 치고 있다”며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봉제공장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법 라벨갈이가 날로 성행해 최근에는 장당 300원 하던 공임이 1000원까지 올라가는 등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전부터 동대문 시장 일대에는 소위 ‘완성센터’라는 업체가 난립하며 원산지를 속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인천항으로 들어온 중국산 의류가 매장으로 직행했지만 요즘에는 아예 완성센터로 입고돼 여기서 폴리백 포장까지 마치고 완전하게 원산지 세탁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 행위는 국내 생산기반을 둔 건전한 제조업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한성화 총괄이사는 “국내 유명 브랜드 제품의 라벨갈이 사례를 확인했다”며 “우리 공장은 (불법 라벨갈이로 인해) 작업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국산 의류를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를 맞추기 위해 싼 값에 해외에서 생산하고 원산지 세탁으로 제품을 팔다 보니 오히려 국내 봉제공장 일감이 줄어든 것이다.
관계 당국의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참석자들은 “음식물이나 불법 복제품(짝퉁) 원산지 위반은 엄중하게 다루면서 의류 원산지 위반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이나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위반 사례를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도 도마에 올랐다.
중랑패션봉제협동조합 김동석 감사는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기준, 4대 보험까지 감안하면 1인당 고용유지 비용이 260만원에 달한다”며 “작년에만 4억원 적자를 봤는데 이 상황에서는 중랑구 6000여 봉제공장 중 95%가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국내에서 버틸 생각이지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성화 총괄이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월급 올려야 하니 공임을 높여 달라고 하면 “중국산 의류는 더 싸게 파는데 어떻게 공임을 올리냐”는 답이 돌아온다. 공임은 절대 못 올라간다”며 대책 마련을 지적했다.
이날 각 단체장들은 상호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앙 운동본부를 발족시켜 국내 패션봉제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박귀성 이사장은 “올해 우리 조합의 최대 역점 사업이 라벨갈이 근절”이라며 “솔선수범해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가 및 공장 밀집 지역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팜플렛을 배포해 라벨갈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등 문제를 국회 및 각 지자체에 전달해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