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세계시장에 브랜딩한 글로벌 전도사
바람의 옷, 색의 마술사, 날개를 짓는 디자이너로 불리워 온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가 17일 새벽, 향연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40세 나이로 전업주부에서 한복계에 늦깎이 입문한지 42년, 오로지 외길의 열정을 불살라 온 이영희디자이너는 초여름 홀연히, 바람처럼 우리곁을 떠났다.
고(故) 이영희 디자이너는 대한민국 전통의상인 ‘한복’을 세계시장에 ‘브랜딩’ 한 공로자이다. 한 때 한복계로부터는 “전통복식을 ‘왜곡’ 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고, 패션계는 “한복디자이너가 한국패션을 대변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 누구보다 애국심과 열정을 가지고 한복을 사랑하고 세계에 알리는데 전력했다는 것이다.
한국전통 복식에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바람처럼 가볍고 마법같은 색채의 옷 ‘한복’을 거리감없이 받아들에게 하고 미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대단한 집념과 내공, 희생없이는 불가했다.
1936년 대구 출생인 고 이영희디자이너는 1976년 40세로 한복계에 입문했다. 93년도에는 파리 프레타포르테쇼에 참가했다. 한류가 형성되기 이전 2000년 이미 카네기홀에서 패션쇼를 했으며 2004년에는 미국 뉴욕에 이영희 한복 박물관을 개관해 한국복식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전력했다. 2008년 구글캠페인 세계60명 아티스트에 선정되는가 하면 2010년에는 한복최초로 파리 오트쿠튀르 무대에 섰다. 뿐만 아니라 일본 NHK 홀에서 7000명을 초청해 한복쇼를 펼쳐 한류에 앞선 K패션의 전도사 역할도 자처했다.
미국, 몽골, 파리,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힘 써 온 고인은 모TV프로그램에서 “죽기 한시간 전까지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 이영희 디자이너는 패션디자이너 이정우의 어머니이자 스타 전지현의 시외조모이며 한달전 폐렴으로 입원했으나 노환과 더불어 병세가 악화돼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영희씨는 ‘한복’을 세계시장에 브랜딩한 글로벌 마케터이자 한국의 미를 전도한 애국자이며 디자이너로서 열정의 삶을 살아 온 진정한 패션인이다. 고인에 대한 존경과 영면의 기원은 그 숭고한 정신과 열정을 이어가겠다는 후배들의 다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