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수출·내수 비중 따라 명암 엇갈려
섬유류 수출이 41개월 만에 처음으로 세달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5월 섬유류 수출은 13억1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2.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3개월 연속 성장은 섬유류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2015년을 기준으로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증가폭 역시 가팔라지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3월(1.2%)과 4월(5.9%)에 이어 5월에는 12.8%를 기록, 날이 갈수록 상승 범위를 높이고 있다.
2014년 159.4억 달러로 2000년대 들어 최고조에 달했던 섬유류 수출은 이듬해부터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137.4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3년만에 16.0%가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으로 무역기조는 2015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그 해 1억5700만 달러였던 무역적자는 2017년 14.5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최근 섬유류 수출 호조는 글로벌 선진국에 불어 닥친 경기 훈풍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5월 들어(20일 통관 기준) 對美 섬유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5% 상승했고 EU는 33.5% 증가했다. 이들 시장은 안정적인 의류 소비 확대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섬유류 수출 신장세를 이끌고 있다. 수출 단가 상승도 한 몫 했다. 올해 1분기 중 섬유류 수출 단가는 매달 2.5~3.7% 증가하며 수익성 확보에 청신호를 켰다.
가장 반색하는 곳은 섬유산지인 대구경북 지역이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 “중반기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돼 파리 날리던 염색공단에 하얀 생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 월급 주고 수익 내는데 전혀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3개월 연속 수출이 늘어나자 긴가민가하던 원단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경기 호전을 체감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계가 조금 오버다 싶지만 회복세에 접어든 건 틀림없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불경기로 다운사이징을 단행한 업체들이 공장 내부에 물건을 쌓아 둘 공간이 없어 밖으로 내 놓다 보니 호황처럼 느껴지는 착시현상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최대 섬유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경기북부는 업체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내수 쪽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경기섬유산업연합회 류종우 부회장은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됐다”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민감한 사안이 많아 기업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북부 내수 기업의 경우 동대문 시장 침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내 시장 경기 부양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구 원단업계 관계자는 “5월 중반 이후 작업 물량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6, 7월에는 지난 석 달간 누린 회복세가 점차 누그러져 다시 하향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사이클상 현재 지속되는 글로벌 활황이 단순히 수개월 지속되고 말 수준이 아니어서 급격한 상황반전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