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청계2가의 ‘베를린 장벽’을 그라피티(graffiti)로 훼손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정태용씨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 13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또한 정 씨는 “저 때문에 그라피티 장르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지게 될까봐 걱정스럽다. 선의로 활동하고 계시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하다” 밝혔다. 그는 “국가 혹은 기관에서 봉사활동 요청이 있으면 재능기부 형태로 사회적 봉사에 언제 어디서든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주어진다면 반성하는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장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를 받는 정 씨는 지난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날 경찰에서 정 씨는 “유럽 여행할 때 베를린장벽이 있는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를 방문했는데, 전 세계 예술가들이 찾아와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를 보고 영향을 받았다. 건곤감리 태극마크를 인용해 평화와 자유를 표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미술 갤러리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찾아와 이전부터 작업된 메세지를 덮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이 바뀌는 등 그라피티 작업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berlinwall’을 검색하면 관광객들의 인증샷을 비롯해 새롭게 작업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이 꾸준히 업로드 되고 있다.
정 씨는 지난 6일 오후 11시 30분경 베를린 장벽에 그라피티 퍼포먼스를 했다. 정씨의 그라피티로 베를린 장벽 한쪽은 노랑, 분홍, 파란색 페인트 줄로 덮였고, 다른 한쪽 역시 정씨가 남긴 여러 글이 적혔다. 이후 베를린 장벽 훼손 논란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높이 3.5m, 폭 1.2m, 두께 0.4m의 베를린장벽은 독일이 통일되면서 1989년 철거돼 베를린시 동부 마르찬 휴양공원에 전시됐던 것으로, 베를린시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바라는 뜻에서 2005년 9월 서울시에 기증했다. 베를린 장벽 앞에는 ‘베를린 광장 시설안내’라는 안내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며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는 장치나 시설은 없었으나, 현재는 파란색 천막과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