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산증인이자 현재 진행형…열정은 깊어진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반세기를 오롯이 ‘패션’에 인생을 걸었다. 디자이너 인생 50주년, 대한민국 패션의 황금기를 열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오늘날 한국패션산업이 있기까지 역사이고 또 산증인이다.
“옷과 패션이라는 것은 평생 저에게 고민이 되는 단어였다”고 회고하는 이신우 디자이너는 ‘감성과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기성화의 물꼬를 튼 선구자였다. 이신우 디자이너에게는 ‘처음’과 ‘최초’의 수식어가 늘 따라 붙었다.
1993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쇼를 열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의지를 보였다. 국내로는 90년대 초 영우, 쏘시에를 런칭하면서 오리지널리를 비롯한 세 브랜드에 MD를 배치하는 과감성을 보여 패션브랜드 전개에 미래지향적 설계를 한 선두주자로 기록됐다.
이신우 디자이너는 한 사람의 감성에 의존하기 보다 시장성을 파악하고 체계적 머천다이징을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시장을 리드하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93년 당시 이탈리안 모드가 시장을 주도하던 남성복시장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국적 스타일의 남성복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기성화의 황금시대에도 이신우 디자이너는 한국적인 것, 새로운 것, 미래지향적인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도전을 컬렉션을 통해 쏟아 냈다. 나전칠기 기법, 특수 처리한 한지 등을 응용하는 가 하면 한국적 화폭과 자연에서 보여지는 하나하나의 모티브를 프린트한 스토리를 가진 의상들을 선보여 아트와 패션이 어우러진 실험적 세계를 실천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이신우 디자이너는 ‘CINU’라는 브랜드로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오프쇼에 재도전 하는 모습을 보여 후배들과 패션피플들을 숙연하게 했다. 도전에는 나이가 없으며 지난 세월만큼 열정은 깊어짐을 이신우 디자이너를 통해 느끼고 반성하게 했다.
최근 50주년을 기념해 고인이 된 앙드레김 작품들과 함께 롯데잠실점 애비뉴엘 아트홀에서 ‘경계없는 옷장’ 전시회를 가진 이신우 디자이너는 딸인 박윤정 디자이너와 손녀인 윤니나에 이르기까지 패션이라는 공통분모아래 3대를 잇는 열정의 DNA를 가보로 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