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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200여 개국을 웃도는 수많은 국가가 있으나
한국과 이탈리아만큼 닮은꼴 국가는 흔치 않다. 우선
한국과 이탈라아는 지정학적으로 반도라는 점과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운 국가라는 동질성을 갖는다.
그리고 양 국가 국민들의 체격도 비슷하다는 것도 닮은
꼴의 범주에 속한다. 비슷한 체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계최강그룹에 속하는 축구의 강호 이탈리아는 간혹
월드컵이나 세계청소년축구 등에서 남·북한과 맞붙을
경우 곤욕을 치르곤 했다.
지금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 4개국을 국빈 순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
길을 끄는 국가는 이탈리아 순방과 함께 세계최고 섬유
도시 밀라노市 방문이다. 솔직히 섬유업계도 김 대통령
의 유럽 4개국 국빈 순방에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市 방
문과 관련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이유는 이탈리아는 소위 섬유 선진국으로 불리는 프랑
스·독일·영국을 제치고 소재·염가공·패션 등으로
이어지는 섬유분야서 세계최고 반열에 오른 명실상부한
섬유강국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의 섬유산업 부흥
책 밀라노 프로젝트도 엄격히 말해 밀라노를 배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은 국가차원의 다각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섬유업계의 시각은 솔직히
김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유명무실한 협력보다는 실질
적인 섬유협력으로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국내 많은 섬유업체 관계자들은 매년 이탈리아 섬유산
업을 배우기 위해 세계최고 섬유도시 밀라노 방문길에
나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체계적으로 이탈리아 섬유기술을 배
우는 기회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밀
라노 프로젝트가 발진한 지난 해 조차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자체간 협력은 한계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
미하는 부분은 아닌가. 그렇다고 대구시·밀라노 양 도
시 상호간 자매결연과 협력을 貶下하자는 뜻은 결코 아
니다. 분명한 것은 섬유산업에 대한 협력도 이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도 닮은꼴 국가 한국과 이탈리아가 새 천년을 맞
아 섬유협력을 본격화한다. 지난 6일 이탈리아는 한국
의 섬유·패션분야를 중심으로 10억 달러 투자를 결정
했다. 김 대통령의 밀라노 전격 방문에 맞춰 이날 저녁
개최된 한·이탈리아 120명 경제인들은 투자상담회를
열고 3억 달러 투자 결정과 함께 나머지 7억 달러는
2∼3년 중기투자계획으로 오는 5월과 7월 이탈리아 경
제사절단이 방한할 때 확정키로 했다.
또 양국 장관은‘한·이탈리아 중소기업협력’과‘한·
이 디자인협력’에 대한 공동선언도 채택했다. 韓·伊
간 이 같은 협력은 앞으로 섬유업체들간 정보 및 인적
교류·합작사업 등에서 크게 활기를 뛸 것으로 기대된
다.
한국은 지금 섬유산업 부흥을 위해 정부·지자체·업계
공동으로 6,800억 원을 집중투자하는 밀라노 프로젝트
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서 이탈리아의 한국 섬
유산업에 대한 투자결정과 중소기업협력·디자인협력은
성공적인 밀라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초석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 섬유산지 대구시와 세계 최고 소재 및 패션도시
이탈리아 밀라노市. 양 도시는 섬유산업이 지자체의 주
력산업으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고 새 천년 21C에도
섬유를 주력으로 지자체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 비
록 발전의 틀은 달랐을 망정 양 도시는 세계최대 섬유
산지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대구시가 밀라노 배우기를 과제로 시작된 밀라노 프로
젝트 추진은 올해 2년 차를 맞는다. 문제는 대구시가
화섬직물 및 섬유기계산업 일변도로 달려온 반면 밀라
노는 소재를 연계한 염가공·패션산업 위주로 봉제산업
의 틀을 견고히 했다는 사실이다.
대구시가 배워야 할 점은 다름이 아니다. 소량·다품종
생산과 이어 맞는 염가공 시스템 그리고 패션을 연계한
어패럴산업은 밀라노 섬유패션산업의 요체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주체 대구시의 과제는 화섬직물 일
변도의 생산설비와 대량오더 중심의 염가공체제 청산이
다. 그리고 아직도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 독버
섯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지역간 이기주의 성향을 잠재
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대구에서도 야드당 10달러를 상회하는 직물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밀라노 현지 인터뷰를 통해 소회를 밝히는 문희갑 대구
시장의 목소리가 가슴을 찌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다.
/전상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