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수기업의 매출액이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첫 감소로 돌아섰다. 수출기업의 경우,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 폭이 크게 떨어지는 ‘착시효과’가 다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 814개사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분석 대상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7% 증가했으나, 이는 수출기업의 매출액 증가(13.6%)에 따른 것이며, 내수기업의 매출액은 1.9% 하락해 2020년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기업의 매출액을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으로 나누었을 때, 수출부문은 올해 상반기 3.7% 증가했으나, 내수부문이 2.4% 감소하여 전체 매출액의 1.9% 감소를 주도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주회사 17.6%, 도·소매업 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5.5%, 제조업 1.1% 순으로 감소했다. 한경협은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감소, 도·소매업의 감소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내수기업과 달리 수출기업 매출은 2024년 상반기 13.6% 반등했으나, 전년도매출액 감소(△7.3%)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특히, 1위 기업을 제외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9%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착시효과는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3년 2.2%에서 올해 상반기 7.4%로 향상되었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 관련 비용 비중은 2023년 97.8%로 2020년 이후 최대치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최저치인 92.6%로 떨어졌다. 특히 내수기업은 올해 들어 매출액은 1.9% 줄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되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20년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 올해 상반기 전체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취약기업)’ 비중은 2020년 코로나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이 비중은 2021년 33.8%였으나, 금리 상승기를 거치며 지속 증가해 2023년부터는 취약기업이 10곳 중 4곳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는 8.3% 하락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며 경제전반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전체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코로나 경제위기를 맞은 2020년에도 16.9%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 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