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AI, 글로벌 최첨단에 서다
패션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잘 팔리는 상품인 캐리오버(carry over·앞 시즌부터 계속해서 잘 팔리고 있는 상품)와 새로운 스타일 발굴에 있다. 이때 생산물량 관리가 중요하다.
즉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최적화해야한다. 한 패션 업체는 “재고만 줄여도 연간 2조원을 아낄 수 있다”며 구글코리아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다.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에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예측 가능한 패션 상품이 내년 본격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시리스 파트너스는 사모펀드 회사면서 데이터사이언스 기반의 컨설팅 회사다. 패션을 비롯한 산업계에서 잠재적 수요를 갖춘 스타트업, 상품, 기술을 발굴, 데이터사이언스에 기반해 투자한다.
이현정 대표는 펜실바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나와 뉴욕시립대 경영대학 겸임교수를 지낸 바 있다. 10년 전 ‘콜래보경제학’을 출판 후 패션업계와 협업하게 됐다. 4년 전부터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 등에 패션섬유 정보 클러스터링 프로젝트를 맡아 패션AI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다.
그는 데이터사이언스의 최첨단에 있는 미국 콜롬비아 동북부지역 기업연구소와 학계 학자들과 함께 교류하며 발빠르게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빅데이터를 모아 가공 처리하고 데이터사이언스 분석을 자동화하는 것이 AI이다. 패션회사는 상품 생명주기인 라이프사이클을 예측해서 캐리오버해야 한다. AI가 예측해 다음 시즌 트렌드를 제시하며 패션산업을 바꿀 수 있다.”
이현정 대표가 패션AI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그는 “기술은 제한돼 있고 그 수가 한정적이지만 패션 스타일은 무한대이다. 패션 회사는 일 년에 300개 이상 제품을 출시한다. 인공지능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훨씬 더 나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리스 파트너스 이현정 대표를 만나 AI와 접목된 패션업계의 현 상황과 앞으로 방향성에 대해 들었다.
-AI는 어떤 단계에 와 있나.
“AI는 3가지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빨강색인지, 티셔츠인지 속성을 인식하는 단계가 1단계다. 2단계는 각각의 컬러와 복종이 어떻게 연관돼 사람 심리와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3단계가 인공지능의 예측단계다. 현재 패션업계에서는 1, 2단계에 많이 머물러 있다. 전세계적으로 1단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각각 단계마다 인력이 다르게 적용된다. 예측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모델이 3단계다. 시리스는 3단계 예측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전체시장을 봐도 국내 패션AI가 앞서 있다.
음악 부분에서 AI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가 앞서 있다. 앞으로 패션AI도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 핵심은 예측이다. 트렌트를 미리 예측해 만들어 재고를 줄일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의 세계는 패션AI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
-실제 예측한 사례가 있는가.
“사람들은 아직 AI를 마술같다고 생각한다. 올해 스트라이프 옷이 유행했다. AI 초기 단계는 스트라이프라고 인식한다. 시리스 파트너스는 3단계에서 스트라이프 패턴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찾아낸다. 2018년 10월 알고리즘 교육 세션에서 스트라이프 패턴을 기반으로 2019 S/S 트렌트를 예측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실제 구찌 19S/S시즌 스니커즈가 출시됐다.
패션AI 예측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빅데이터를 통해 스트라이프 패션이 유행할 것으로 예측된다면 AI는 모티브가 된 소스를 찾는다. 그리고 스트라이프의 모티브가 된 도슈사이 샤라쿠(일본 에도시대 풍속화가)의 유키요예 그림을 찾아내고 그 화가의 또다른 연관 스타일을 검색해 새로운 히트 아이템을 개발한다.”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이뤄지나.
“시리스는 전세계 스타일 컬렉션 2만여 종류, 유행 영화와 컨텐츠 몇 만권, 음악, 뮤직비디오, 자사 패션스타일과 매출 등 종합적 데이터로 분석한다. 이때 패션, 컨텐츠, 미디어 모든 온라인 태그값 사진 등은 기본이다.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통합된다.
생활 반경의 모든 통합 데이터를 모아 사용한다. 기업별로 분석하게 되면 회사 매출, 스타일 등을 연동한다. 요즘 날씨는 더욱 중요해졌다. 4계절의 정형화된 날씨 패턴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예측 트렌드는 패션 생산주기처럼 일 년이나 6~7여개월 전에 예측하지만 사람보다 적중률은 높다. 특히 최종 결과는 새로 들어오는 글로벌 컬렉션 데이터를 결합하기 전 베타 테스트 버전을 만들어 놓는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다. ”
-패션쪽에서는 SPA처럼 빠른 생산 주기를 가진 브랜드 상품도 있다.
“SPA보다 빠른 울트라 패스트 패션은 더 쉽다. 예측된 것에서 잘 팔리는 것을 키워드로 뽑아 다시 베스트 아이템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6개월에서 일 년까지 미래 예측하기 때문에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는 더 쉽다. 1~2일 만에 예측 데이터가 나올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봉제 업계 리스트가 데이터화되면 ‘동대문의 21세기 버전’을 내놓을 수 있다. 가령 내일 당장 잘 팔 수 있는 옷 2벌을 내야겠다면 디자인을 뽑아놓고 봉제업체와 매칭하면 2~3일 만에 나올 수 있게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
-향후 AI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나.
“재고 상품에 대한 할인 시점과 할인율도 모델링을 하고 있어요. 올해 재고 상품을 어느 시점에 할인을 하고 얼마나 할인할지 등을 예측하는 베타 테스트를 끝내고 내년 범용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