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 오빠가 추천해 주는 듯한 사용 후기 자양분으로 성장
시장 규모 커지며 과도기 도달…제도권으로 편입되며 정체성 혼란
‘무대응 전략’은 무용지물, 신뢰 회복하면 신흥마켓 리더 될 것
인플루언서는 개인사업자와 태생부터 정체성이 다르다. 소통에 최적화된 인플루언서들은 맹목적으로 나를 믿는 ‘팬’을 거느린다. 광고주들은 불특정다수보다 확실한 고객을 보유한 이들을 노린다.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하는 블로그와 달리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마켓에서 선두를 달리던 임블리, 하늘하늘, 안다르는 체계적이지 않은 내부 시스템으로 재고 관리 및 고객 대응 미숙, 갑질 논란, 직원 성희롱 문제가 드러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장 성열홍 교수는 “인플루언서마켓이 과도기를 겪고 있다”며 “신뢰로 시작한 인플루언서 기업은 신뢰를 회복해야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 인플루언서마켓의 특징과 성장과정은?
“인플루언서마켓은 친한 언니오빠가 추천해주는 듯한 사용 후기를 영양분 삼아 자라났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말투로 후기를 납깁니다. 예를 들면, 유튜버 OOO은 ‘이 자켓은 길을 걷다가 눈에 띄어서 샀어요. 길이가 길고 폭신해서 따뜻해요’라며 몸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구입계기와 실착용후기를 보여주면서 브랜드로부터 지원받지 않고 ‘직접 고른’ 제품임을 강조하는 거죠.
해당 제품이 ‘쓸만하다’는 인상을 주면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지 않아도 유튜버를 구독합니다.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을 다는 팬이 돼요. 실시간으로 달려와 ‘믿고 보는 유튜버 OOO’라는 댓글을 달죠.
인플루언서는 팬과의 소통에 능숙한 사람들입니다. 인터넷이 도입된 뒤부터 일방적인 마케팅(TV나 신문광고)은 사라져가고 있어요.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소통하고 싶어합니다. 이들은 일방적으로 ‘사라’고 떠미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트렌드를 만드는 주체가 되길 원합니다.”
■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어떤 영향을 줬나?
“Z세대(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파악합니다.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마케팅 흐름도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중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죠. 현재 마케팅 트렌드는 각자 취향에 맞는 계정만 구독하는 ‘특정 소수’를 노리는 겁니다.
1020세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데 에너지를 쏟고,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골라 즐깁니다. 1년동안 모은 돈으로 ‘파리 한 달 살기’나 고가 명품을 구매하죠. 4060세대는 돈을 아끼지 않고 중형차를 사는 Z세대를 이해하기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이제 4060도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취향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성호육묘장’이나 ‘오토뷰’ 같은 전문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버를 구독합니다. 세상이 점점 디지털이 도입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죠.”
■ 인플루언서마켓에 첫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플루언서마켓의 미래는?
“인플루언서마켓은 규모가 커지면서 과도기에 도달했습니다. 인플루언서는 대가성이 있는 게시물을 업로드하거나 직접 소량 판매를 진행하면서 이익을 얻죠. 블로그처럼 철저하게 업체로부터 협찬 받았다는 사실을 밝힐 필요도 없습니다.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제할 제도나 정책은 미비하고, 팬들은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 같은 시스템도 필요없어요.
그러나 점점 팔로워가 늘고 판매 규모가 커진 인플루언서는 일반사업자로 정체성을 바꿉니다. 기존 제도권 안으로 진입하게 되는 거죠. 막 규제 속으로 발을 들인 인플루언서들은 ‘법인’의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개인에서 기업으로 급하게 정체성을 바꾼 이들은 여러 규제에 매이고 조직을 관리하게 되면서, 이전에 갖고 있던 이점을 잃게 되는 셈입니다.
인플루언서는 팬들과 가장 밀접한 거리에서 소통한다는 점에서 다른 마케터보다 유리합니다. 앞으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방식’으로 전부 변할 거예요.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하는 게 맞아요. 다만 기존 제도권 안으로 진입한 인플루언서들은 소통방법은 인플루언서 방식으로, 나머지 시스템은 기존 유통회사 구조로 운영해야 합니다.”
■ 현재의 과도기를 극복할 방법은?
“인플루언서 기업들은 일반법인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대표 유명인을 내세워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죠. 인플루언서를 믿고 상품을 구매했던 팬들은 엉성한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로 ‘배신당했다’고 느낍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요. 논란이 생기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낫습니다. 예전처럼 ‘무대응 전략’은 통하지 않습니다. 논란을 외면하면 배신당한 팬들은 인플루언서를 떠날 뿐입니다.
인플루언서 기업은 믿음을 저버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논란을 겪은 기업들은 신뢰를 회복하면 됩니다. 이들은 과도기를 극복한 선두주자가 될 거예요. 이런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범위가 넓어지면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겠죠. 대부분 개인 간 소량 거래인데다 거래가 끝나면 계정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 법인 규제로는 인플루언서마켓을 관리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이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다면 그에 맞게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면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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