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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국내 캐주얼 시장을 주도해 왔던 중저가 캐
주얼 브랜드들의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90년대 탄생한 중저가 캐주얼들은 각 브랜드별로 최대
2백50여개의 유통망을 유지하며 1천억원 매출 신화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중반이후 새로운 시스템을 앞세워
등장한 ‘지오다노’에게 조금 뒤지나 했더니 90년대
말 이지캐주얼의 부류가 등장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
고 있다.
이와 함께 강한 캐릭터를 앞세워 성장하고 있는 진캐주
얼들이 토틀브랜드로 시세를 확장하고 있고 스포츠, 스
트리트, 캠퍼스 캐주얼같은 동부류 뉴페이스들의 영향
력 또한 무시못할 지경이다.
IMF를 지나면서 무리한 확장을 거세하고 매장과 인력
을 줄여 이제 겨우 일어설 기운을 차린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들. 추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가. 전면전을 펼
치고 있는 동종업계에서 경쟁후보에도 들지 못하는 처
지다.
물론 지난해부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온 이들
브랜드들은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위해 BI 교체다,
매장리뉴얼이다, 스타마케팅이다 광고홍보 강화등 각자
의 여력이 닿는 한 힘을 쏟아오긴 했다.
대기업 체재하에서 벗어난 모브랜드는 이익구조의 압박
감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대리점, 식구끼리 큰 욕심없이
극대매출신장보다 현재를 유지하며 조금씩 전진하겠다
는 의사를 밝혔는가 하면 모기업의 패션사업부는 이를
계기로 아예 사업부 확장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얼기설기 대기업의 구조와 체제를 유지하고 있
는 몇몇 브랜드들은 스피디한 회전력이 바탕이 된 효율
구조로의 변화가 쉽지만은 않다.
이같은 뒤쳐짐의 단적인 예로는 정보화에 대한 의식부
족을 들 수 있다. 어느 브랜드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웹
사이트 하나 갖고 있지 않다. 적정타겟 연령층인 10∼
20대들의 문화에서 이제 인터넷은 음악만큼이나 기본적
인 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했는데도 말이다.
해외 유명 캐주얼 브랜드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지
전달 외에 실질적인 쇼핑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필수요건임에 틀림없다.
세계적인 캐주얼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폴로 랄프
로렌’은 최근 미디어계의 강자 NBC와 손잡고 ‘랄프
로렌 미디아’를 설립, 다양한 정보와 전자상거래 등
라이프스타일을 집약하는 사이트를 운영할 예정인데 차
후 포탈서비스까지 차용, 그야말로 국경없는 가상문화
쇼핑공간을 건설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80년 홍콩에서 런칭된 ‘지오다노’가 이미 중국,대만,
한국에 이어 호주등에 진출, 캐주얼의 본토로 점차 발
을 넓혀 가고 있는 것에 비하면 그저 지금의 매출만 유
지하면 된다는 식의 의욕 상실은 그야말로 10여년의 공
든 탑을 한순간에 불어 날릴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
처돼야만 할 것이다.
전통과 자신감, 거기다 도전의식까지 지닌 브랜드의 출
현은 우리의 현실에서 아직 먼 미래의 일일까.
/박세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