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한국 기업에 감사장 보내고 무상 지원까지 제공
전후방 고르게 발전한 한국 섬유, 빠른 위기 대처 능력 발휘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8일 한국 나원기계의 중국 청도 투자 법인 나원기계유한공사에 방호복 생산 필수 장비인 심실링기를 긴급히 생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중국은 하루 10만장의 방호복이 필요했는데 조달할 수 있는 수량은 3만장에 불과했다.
코로나 창궐로 방호물자 조달이 시급했던 중국 정부는 이 회사에 특급 공문을 보내 “의료용 방호복 생산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니 심실링기 생산을 최대한 빠르게 확대·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나원기계는 기존 고객사에 양해를 구하고 하루 8시간 돌리던 공장을 16시간까지 늘리며 약 한달 반 만에 550대의 심실링기를 공급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납품이 이뤄져 5월 첫째주까지 공급된 심실링기는 약 1000여대에 육박하고 있다. <PDF 인터뷰 7면>
#방사능 차폐원단에 이어 2년전 방호복 개발까지 나선 영풍화성은 지난 4월 미국 뉴욕 주정부로부터 방호복용 원단 50만 야드 오더를 받았다. 기존 방호복용 원단은 통기가 되지 않아 땀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영풍화성 제품은 특허를 받은 기술로 코팅을 입혀 투습방수 기능을 구현했다.
영풍화성이 납품한 원단은 곧바로 세아상역에 보내져 완제품으로 만든 후 뉴욕주 지역 병원에 공급됐다. 현재 영풍화성에 들어온 인콰이어리(inquiry)만 따져도 3억~7억 야드에 달한다. <관련기사 5면>
#교직물 전문기업 해리텍스타일은 지난 4월 미국과 일본에서 방호복 5만장을 주문받았다. 기존 타이백 부직포로 만든 방호복은 내구성이 약해 쉽게 찢어지는 점이 문제였다. 해리텍스타일이 개발한 방호복은 의료진이 입고 뛰어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강도가 뛰어나다.
혈액 침투를 막아주는 내수압은 900mm 이상이라 방호효과도 월등하다. 지금까지 문의가 들어온 수량만 해도 200만장에 달해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5면>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이어 한국산 의료용 ‘K-방호복’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 버금가는 섬유소재 기술을 보유한 한국 섬유기업들이 빠른 판단과 시장 대응 능력을 앞세워 전세계 코로나 감염을 막는 방호전선에서 잇따라 쾌거를 올리고 있다. 한국 섬유산업은 원사에서 원단, 봉제까지 전후방 산업이 균형 있게 발달해 소재 개발 및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실링 및 무봉제 분야 세계적 기업인 나원기계(대표 서기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정부로부터 각별한 사의(謝意)를 담은 감사장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방호물자 확충에 적극 협조한 나원기계에 무상 지원이라는 선물까지 안겼다.
나원기계의 중국 청도 공장 증설에 필요한 16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 비용의 50%를 무상으로 지원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나원기계는 중국 청도 공장 심실링기 생산 능력을 30% 확대하고 개발 완료에 들어간 완전 자동 마스크 생산 설비 라인까지 놓을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 설비를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중국 본사와 한국 지사는 각각 양국에 있는 나원기계 공장을 대대적으로 취재·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 기사에서 “나원기계는 해외 수주를 자발적으로 미루면서 대부분 생산 제품을 중국 내수로 돌리고 필수 부품을 중국 공장에 우선 공급했다”며 “(나원기계가) 한국 파주에서 중국 청도까지 양국에서 바람 한 점 안 새는 코로나 방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원기계 서기원 대표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은 모두 힘겹게 바이러스와 전쟁 중인 상황이었다. 중국에는 한국인을 포함 전세계 사람들이 거주하고 비즈니스를 하는데 돕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나원기계는 중국 수출에 이어 인도에서 들어온 심실링기 150여대 주문 생산을 완료하고 선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K-방역물품 수출은 거의 전 품목에 걸쳐 전년 대비 최대 수백배에 달하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용 방진복의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26배 뛰어오른 1952만 달러를 기록했다. 손소독재(78배), 외과용 라텍스 장갑(73배) 등도 크게 늘어 수출 절벽에 직면한 업계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정부는 “K-방역 물품에 대한 해외 수요 급증으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