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스타트업 중 100억 이상 투자 받은 곳은 240여 개사에 이른다. 1000억 이상 투자를 유치한 곳도 15개 이상으로 늘었다. 패션뷰티부문은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곳이 47개사, 100억 이상은 15개 업체다. 소재와 상품 및 큐레이션, 유통 산업 전반에 걸쳐 패션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중 뉴노멀 시대를 이끄는 패션 테크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활용해 코로나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라이제이션 선봉에 서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 AR기반 주얼리 가상착용 서비스 ‘로로젬’, 패션 AI 솔루션 제공업체 ‘옴니어스’, AI 신발 사이즈 추천 이커머앱 ‘펄핏’이 섬유패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설립 초기 2~5명에서 시작한 패션테크 스타트업은 7월 현재 직원 수가 많은 경우 25명에 이른다. B2B 솔루션에서 출발해 모바일앱을 통한 B2C까지 구축하며 뉴노멀 시대 섬유패션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본지는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는 패션테크 스타트업이 바꾼 소비형태 변화와 어떻게 섬유패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 주도하는지 살펴봤다.
■ 소비자 맞춤형 진화
“정확한 제 발 사이즈를 이제야 알았어요. 앞으로 한 치수 더 큰걸 신어봐야겠네요.”(펄핏 아이디 jevdhakfd)
LF몰은 옴니어스 태거 도입 후 상품 검색 효율이 4배 증가했다. SNS 트렌드 키워드 연동 후 몰 메인 페이지 CTR (Click-through Rate·상품 노출당 클릭률)이 65% 올랐다.
주얼리 브랜드 ‘윙블리’는 로로젬의 로로룩스 서비스를 도입 후 상세페이지 고객 이탈률이 3배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상세페이지 구매 전환율은 3.65%로 다른 온라인 마켓보다 3배 올랐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시장 흐름을 읽고 혁신 서비스로 전통 산업을 레벨업시키고 있다. AR, VR 기술을 활용해 불편했던 온라인 쇼핑 경험을 재미있고 편리하게 바꾸고 소비자 쇼핑 시간을 단축시켰다.
디지털라이제이션한 대기업과 중소 중견기업은 상품 관리 효율과 온라인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이사는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가 경제를 이끄는 미래 핵심동력으로서 소비자에게 삶의 질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펄핏은 고객이 매장에 가지 않고도 고객 발에 맞는 신발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신발은 브랜드 상품 마다 사이즈가 다른 데 신발 내측과 12만명의 고객 발 사이즈 데이터를 분석한 펄핏 AI를 활용해 발 사이즈와 너비를 분석해 신발을 추천한다. 올 1월 출시한 모바일 기반 쇼핑몰 앱(응용 프로그램) 펄핏은 아디다스, 브룩스, 크록스 브랜드 신발 2만개가 입점돼 있다.
런칭 6개월 만에 6만명이 가입했다. 월 거래액은 전월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가입자 목표인 10만명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2년 후 월 거래액 30억원이 목표다. 사이즈 측정은 간단하다. 회원 가입 후 받은 종이 키트 위에 발을 맞추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펄핏AI가 1분 만에 측정된 길이와 너비를 알려준다. 오차는 1mm 정도다. 사이즈 추천 정확도는 81% 수준이다.
펄핏 이선용 대표는 신발 쇼핑몰에서 사이즈 착오로 반품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펄핏 쇼핑몰 반품률은 1%대인데 온라인 신발쇼핑몰 반품률이 적어도 10%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수치다. 고객 만족도는 90%이상 높게 나타났다. 하반기 구두제품에도 사이즈 추천할 예정이다. 펄핏은 온라인쇼핑몰 최대 고민 재고 상품도 효율적으로 처분한다. 사이즈에 맞는 고객에게 푸시 알림을 보내 재고상품을 소진한다.
옴니어스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검색 정확도를 높이고 유사 스타일 추천, 트렌드 분석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자동 태깅 ‘옴니어스 태거’, AI 이미지 검색 ‘옴니어스 렌즈’, AI 트렌드 분석 ‘옴니어스 스튜디오’를 B2B 솔루션 형태로 제공 중이다.
이 솔루션은 온라인쇼핑몰 내 검색 효율은 높이고 쇼핑 시간이 짧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업은 나우(NOW) 트렌드 정보로 상품력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면 기업은 개인 고객에 맞는 상품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F몰, 현대백화점 대기업들은 쇼핑몰에 옴니어스 제공 솔루션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랜드는 AI 태깅 서비스 ‘옴니어스 태거’를 통한 자사 데이터와 결합해 패션시장 분석과 리서치 시간을 77% 단축시켰다. 지난 6월부터 현대백화점의 ‘더현대닷컴’이 상품 상세페이지 ‘비슷한 상품 더보기’에 ‘옴니어스 렌즈’를 통한 유사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로로젬은 AR 가상착용 기술로 안경이나 액세서리를 사는 온라인 소비자와 판매자에 만족도를 높였다. 로로젬 김한울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경험에서 얻은 소비자 불편을 피팅으로 해결, 주얼리 가상 솔루션 로로젬을 개발했다.
액세서리 주얼리 업체 윙블링, 제이에스티나 주얼리가 이 서비스를 적용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로로젬의 로로룩스는 AR과 머신러닝(ML)으로 제품을 실물과 같은 퀄리티로 실제처럼 착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이다. 화면에 얼굴을 비치면 귀고리 착용 모습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 쇼룸 등 온라인에서 많았던 교환, 반품, CS문의가 확 줄었다.
그립 김한나 대표는 유저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모바일 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립이 선보이는 라이브이커머스앱은 신유통 채널로 부각되면서 기업 브랜드 마케팅, 판매, 디지털 역량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립 카테고리 중 패션이 50%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2월 이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뿐 만 아니라 소상공인도 방송 문의가 급속히 늘고 있다.
김한나 대표는 “패션은 매년 시즌 신상품이 많고 재고도 많아 라이브커머스에 최적화된 분야다. 소비자는 친밀도가 높은 라이브방송으로 제품을 사다보니 반품도 1%대로 낮다”고 말했다.
■ 투자받고 성장 이어간다
청년 스타트업들은 많은 경우 누적 기준 100억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연구 개발에 투자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테크 스타트업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기업 고객들에게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시장성을 확보하며 시드 투자(초기 단계)를 넘어 프리 시리즈 A 투자에 성공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하다. 2019년 2월 국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런칭한 그립 김한나 대표는 성공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총 110억원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초기부터 관계를 맺어온 기존 투자자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네오플럭스 등이 80억원을 7월 재투자했다.
패션 AI 서비스 기업 옴니어스는 투자유치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합쳐 총 6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7월 퀀텀벤처스코리아와, 인라이트벤처스코리아가 3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에 투자했다.
신발 사이즈 추천 기업 펄핏은 2018년 스파크랩스, 선보엔젤파트너스로부터 1억5000만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지원자금 12억원을 포함해 총 17억원을 지원받았다.
옴니어스 전재영 대표는 “스타트업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부 및 협회가 정량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테크기술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