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마스크 기부천사’의 진짜 모습
[한섬칼럼] ‘마스크 기부천사’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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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매주 1억 7000만장 생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 맞췄지만
돈 떼인 봉제공장은 아직도 많은데
공임 안준 마스크 업체는 기부 릴레이
시장 붕괴에 이어 심각해지는 도적적 해이

식약처에 따르면 11월 들어 매주 약 1억 7000만장의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8월, 2억 7000만장 생산되던 것이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점차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중이다. 가격은 개당 최고 4500원까지 치솟았던 3월을 지나 지금은 종류에 따라 560원~1470원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국민은 마스크 수급 불안에서 벗어났지만 이면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봉제 소공인들이다. 대금을 떼이는 건 다반사고 각종 이유와 트집을 잡아 아무 문제없던 제품에 클레임이 걸리는 등 날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지적했던 마스크 생산 난맥이 이제는 모럴헤저드(moral hazard)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환경 보건 안전관련 혁신 제품 개발 및 생산을 표방하는 A사는 코로나19 상황이 터지면서 뒤늦게 기능성 천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당 6000원의 비교적 고가 마스크를 기획한 이 회사는 마스크 시장이 안정되면서 판매가 여의치 않아 230만장의 재고를 떠 안게 됐다. 일산에서 작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B사장은 이 회사에 마스크를 납품하고 아직까지도 3500여만원의 공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중간에 오더를 알선한 부자재 업체가 대신 일부를 물어줘 겨우 버티는 중이다. 그런데 B 사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원청 업체인 A사 대표가 매달 마스크 기부를 이어가며 기업이 창출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범 경영인으로 칭송받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A사는 실제로 8월부터 매달 한번에 1만장(6000만원 상당)의 마스크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 보도로 확인된 것만 계산해도 2억원이 넘는 물량이다. 11월에도 경기도의 모 사회복지관련 단체에 1만장의 마스크를 기부했다.

관련 기사에는 A사 대표와 기부를 받은 지자체장, 사회단체 대표들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실렸다. B사장은 기가 막혔다. “장당 200원에 납품했다. 공장 인근에 사는 주부들이 쌈짓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밤새워 일하고 못 받은 돈이 3500만원이다.

그런데 A사 대표는 마스크 기부하고 사진 찍고…인건비(공임)도 못 주면서 그 물건을 기부하는 게 말이 되나.”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A사 대표의 말이 걸작이다.

“마스크 시장이 붕괴되고 판로가 막혀 마케팅 방편으로 관(官)쪽에 영업하는 차원이다. 살을 깎아 내면서 홍보하는 거다. (봉제공장에는) 완제품 재고가 있으니 판매하고 싶으면 팔라고 했다. 근본적 답은 아니지만 6000원 제값을 다 못 받더라도 일정 마진 붙여서 팔면 되지 않겠나. 영업하고 마케팅 하면서 좋은 방법으로 풀어 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봉제공장 사장들은 대 놓고 하소연도 못하고 고삐 쥔 주인 손 가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는 형국이다. B 사장의 하소연은 이어진다. “법적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잘 얘기해서 (돈을) 받는 게 제일 좋다고 하는데 1주일, 1주일 하며 미룬 게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일한 아줌마들은 ‘돈 언제 나오냐’고 묻는데 하루하루 정말 피가 마른다.” 영세 봉제 소공인들의 마스크 생산 공임 체불 문제는 이 사례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하루 인건비 따먹기로 연명하는 영세 업자들이 태반이다 보니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킬 여력조차 없다. 현재로서 문제 해결을 시장의 자정 기능에 맡기기에는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고 골이 깊다.

시장의 문제를 매번 공공의 해법에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들은 산업 전반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뿌리 산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의 힘 없이 섬유강국이 될 수 없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나올 수 없다. 공공의 힘을 빌어서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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