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허술하고 약속 불이행에 불만 커져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가 연일 터져 나오는 악재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남녀차별 쿠폰에서 앱 카피, 도매상품 취급 플랫폼 입점 금지 등 1~2개월 사이에 여론을 자극하는 굵직한 사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는 무신사가 상장을 목표로 외형 키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연달아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입점 업체들이 불공정한 독점 공급 계약서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입점 브랜드 관계자들은 “무신사가 타 플랫폼 입점을 막고 단독 브랜드 유치를 강행하면서 업체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점 브랜드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매출은 반 토막이 나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본지가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무신사는) 해당 브랜드의 공식 홈페이지를 제외한 국내 온라인에서 독점 판매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만약 무신사 이외의 온라인 판매처와 계약할 때는 무신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무신사 측에 배상하도록 명시했다.
뿐만 아니다. 계약서에는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되도록 판매가격, 할인프로모션, 위탁판매재고 공급 등 최상의 상품 판매 조건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있다. 업계는 무신사에 유리한 조항이 다수 포함됐고 최저가 판매를 암묵적으로 명시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입장이다.
무신사의 무리수가 남발되고 끊임없이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업계 불만은 조만호 대표를 향하고 있다. 모 브랜드 관계자는 “기존 다수의 플랫폼에서 빠지고 무신사에 단독 입점했지만 이제는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조만호 대표가 구두로 약속한 사항들이 실제 계약서에는 반영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입점한 또 다른 브랜드 관계자는 “(불합리한 계약 조항 때문에) 냉가슴만 앓고 무신사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입점 업체들은 타 플랫폼 입점을 막고 브랜드 단독 유치를 유지하려면 입점 브랜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좀 더 세심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신사는 업계 키 플레이어들부터 규모는 크지 않아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단독 입점하는 대신 수수료 혜택과 마케팅 지원, 무신사 광고구좌(온오프)를 통한 브랜드 노출 및 프로모션 등을 약속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지원정도가 낮고 효과가 미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무신사가 입점사들에 무이자로 생산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 역시 생색내기용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자금여력이 부족해 지원이 필요한 마이크로 브랜드보다는 금융 리스크가 적은 상위 브랜드에 한정돼 있어 효과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신사의 단독 유치 논란은 비단 무신사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처럼 직매입 구조가 아닌 입점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플랫폼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상황은) 업계 1위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입점 사들 몫으로 돌아간다. 제2, 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인 규제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무신사는 14일 입점 브랜드 매출 극대화를 위해 연매출 50억 미만 중소 브랜드를 대상으로 서울시내 3개 지역에 운영 중인 옥외 광고 지원비율을 연간 4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중소 패션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생산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음 시즌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동반성장 프로젝트’ 지원금 규모를 확대한다. 올해 S/S 시즌에 지원한 70억 원을 포함해 연간 200억 원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