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공장 근로자 3500여명 실직위기
‘방호복피해 봉제공장모임 대책위’ 결성
“우리가 파악한 51개 봉제공장이 방호복을 생산하고 못 받은 돈이 80억원을 넘는다. 정상적으로 납품이 되지 않아 이들이 창고에 갖고 있는 방호복만 260만장에 이른다. 공장들은 폐업 위기에 놓였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 35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 공장 사장님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쳐 피해 규모는 최소 1000만장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진석 방호복피해 봉제공장모임 대책위원장)
국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비율이 전국민의 30%를 넘어가면서 코로나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전선의 선두에서 국가 방역체계 구축에 일조해 왔던 봉제공장 피해는 오히려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봉제공장들은 국회와 정부, 지자체 등 관계요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건의했으나 아직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인천·부산, 피해규모 가장 커
급기야 이들 공장은 자체적으로 ‘방호복피해 봉제공장모임 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석 에이스로드 대표, 이하 방호복 대책위)’를 구성하고 민간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피해를 입은 51개 봉제공장 대표는 지난 6월 11일 단체 구성에 의견을 모으고 일주일 후인 18일 이중 21곳 대표자가 참석해 방호복 대책위를 출범했다.
피해지역은 서울, 부산, 인천, 경기, 광주 등 전역에 이른다. 방호복 대책위에 따르면 피해금액이 가장 큰 지역은 인천이다. 인천지역 13개 봉제공장의 임가공 미수금은 31억여원이 넘는다. 부산은 피해 업체가 가장 많이 몰린 지역으로 파악됐다. 25개 공장이 19억5800여만원의 대금을 못 받았다.
관련 근로자도 1877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은 8곳, 피해금액 13억3700여만원이다. 이들 51곳 공장 근로자 3514명은 피해 호소문에 서명을 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중이다.
김진석 위원장은 “피해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봉제공장이라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임가공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판매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그 동안 피해업체 대표들과 정부 및 단체, 국회의원 등을 만나봤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간 브로커 자취 감추고 발뺌
현재 피해 공장들은 직원들 월급은 둘째 치고 260만장에 달하는 방호복 창고 보관료로 매달 8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폐업 위기에 처한 사장들은 “담보로 잡고 있는 방호복을 불에 태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방호복 특수를 바라보고 마구잡이로 오더를 날린 중간 브로커들은 자취를 감췄고 실제 판매권을 가진 1차 원청 업체들은 발뺌을 하고 있어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한 실정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모 방호복 브랜드 업체 오너는 작년 취재 당시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가지 계약이 이뤄지면서 판로가 막혀 어려움이 생겼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회사의 방호복을 생산한 업체 대표자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푼의 대금을 받지 못했고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간 기업에 도움 요청
피해 공장 업주들은 앞서 조달청, 식약처, 지역 국회의원 등을 만나 수차례 해결 방법을 논의했으나 법률과 규정 등의 문제로 해결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호복 대책위는 지속적으로 대책 마련을 건의하는 한편 민간차원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아직도 코로나 확산이 진행중인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협조를 요청, 피해 봉제공장들이 보유한 방호복을 일괄구매해 현지에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 해외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대기업들을 통해 이들 물량이 우선적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진석 위원장은 “정부조달 규격에 부합한 방호복은 생산 원가의 70% 선으로라도 매입을 희망하고 있다”며 “7월부터는 페이스북에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활동 상황을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