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에 원재료가 급등 예상
10월 중국산 구스(거위털) 다운 충전재 가격이 올 1월보다 15%, 전년 동월 대비 12% 급등하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으나 다운 충전재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다운 충전재 공급 기업 신주원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중국산 구스다운(솜털 80%, 깃털 20% 그레이 기준)은 1월보다 1kg당 10불 가까이 오른 60불 후반대까지, 덕다운은 40불 중반까지 올랐다.
10월 현재 몇몇 아웃도어 기업들은 내년 F/W 다운 충전재를 최대 2개월 먼저 선 주문한 상태다. 패션기업들은 통상 10월과 11월 상담을 하고 12월, 1월 선주문을 하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당초보다 먼저 부킹(booking)을 한 것이다.
이기형 신주원 본부장은 “몇몇 패션기업은 작년보다 2개월 앞서 충전재 계약을 마쳤다. 오더가 예년보다 평균 한 달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운 충전재 가격은 통상 업체 간 경쟁이 시작되는 10월, 11월 10불 이상 떨어지다가 계약이 몰리는 12월 다시 오른다. 그러나 올해는 9월부터 다운 충전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의 수급 불균형을 다운 가격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다운 공급량은 해마다 줄이고 있는 추세다. 올해 중국 생산되는 다운량이 30% 이상 줄고 있다고 알려졌다. 축산 농가 사료비용이 올라가는 데 비해 육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다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연료 가격 인상과 전력 부족으로 에너지 절약에 나서면서 다운 충전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운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2~3차례 더 생산 중단을 지시할 것으로 예상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올림픽을 기점으로 환경, 친환경 탄소중립에 앞서가는 국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다운 충전재 수요는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는 올해와 작년 코로나 19 영향으로 다운 물량을 줄였던 미국과 유럽이 내년 FW 물량을 더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다운 예측 수요량은 중국이 40%로 가장 많다. 미국 및 유럽(35%), 한국(15%), 일본(10%) 순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는 다운 충전재 8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최근 3년간 국내 다운 수요량은 4500~5000t으로 추산한다. 국내 충전재 기업은 패션 브랜드가 22F/W 패딩 생산을 위해 선 주문하는 다운 충전재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한동안 유행했던 롱패딩 생산을 줄일 것으로 예측한다. 일부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폴리에스테르 충전재로 대체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며 “이처럼 다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가격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한 임원은 “코로나 19 영향과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석탄발전을 감축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제조공장들이 지역에 따라 1~2주간 4일에서 8일 정도 문을 닫았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원부자재 값이 더 올라가기 전에 부킹을 준비 중이다. 예약 계약을 예년보다 더 빠르게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