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동대문 온라인 ‘좀비’ 플랫폼 주의보
[한섬칼럼] 동대문 온라인 ‘좀비’ 플랫폼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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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동대문 플랫폼에 관심
누적 투자액만 1000억원 훌쩍 넘겨
화려한 성장 이면에 감춰진 부실기업들
기술 경쟁력 떨어지고 거래액은 부풀려
선의의 피해자 양산에 우려의 시선 많아

동대문 시장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약 800억여원을 끌어들인 업계 선두 플랫폼은 물론 올해에만 33억원을 조달한 신생 플랫폼까지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하루 3만개 이상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막대한 현금이 흐르는 동대문 시장은 IT 기업들이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선두인 동대문 A사 온라인 플랫폼은 창업한지 10년을 넘으면서 12만여개의 소매 매장을 회원으로 두고 월 76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 건수는 2만4000건에 달한다. 빠른 성장을 배경으로 연간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또 다른 B사에는 1만3000여 업체들이 입점해 매달 10만건 이상의 주문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화려한 급성장과는 별개로 거래액 부풀리기와 스스로 생존이 어려운 좀비 플랫폼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다수의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수익 모델 없이 외부 투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 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럴싸한 IR 자료로 모양새만 갖추는 좀비 기업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시장에는 외부 투자금에 연명하는 좀비 플랫폼을 두고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게 퍼지고 있다. 작년 의류서치앱을 인수하면서 거래액이 연 1조원을 넘긴 모 플랫폼은 회사 설립 후 영업활동으로 거래액을 늘기보다는 인수를 통해 거래액이 늘어난 사례다.

사진=한국섬유신문 DB

이 업체는 실제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거래는 많지 않은데 사입삼촌들이 쓰는 앱이나 웹의 거래 데이터를 마치 자기 플랫폼 데이터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진 한장으로 도매처와 가격대, 연락처 등이 검색된다는 이 앱은 커머스 플랫폼 상의 거래는 아니지만 도소매상들이 자체 거래를 하면서 사입삼촌이나 사입 에이전시가 결제대행 및 딜리버리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어 지원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동대문 거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있지만 사업 본질인 시장 확대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비즈니스 거래가 국내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 온라인 플랫폼은 해외 거래가 많지 않고 국내 저가 상품 거래가 많다.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개척이 목표지만 이 플랫폼은 해외 거래액이 미미할 정도 적다”고 말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상가의 10여개 도매상인들은 “월 거래액 중 10%만 A사 플랫폼에서 이뤄졌다”며 “재고 상품이나 일부 저가 신상품을 올렸는데 해외 매출은 제로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 상가는 중국 거래가 절반 이상이다. 

또 다른 도매기업 대표는 “중국 바이어와 위쳇으로 직접 거래를 하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 메리트가 없고, 디자인과 상품 가격이 노출돼 입점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연 40억여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플랫폼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부가가치 높은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키우거나 기술 혁신도 없고 거래형태만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플랫폼사들이 국내에서 파이 나눠먹기만 하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한다는 발표는 많지만 아직 해외 바이어 유치에 갈피는 못 잡는다”고 전했다. IT 플랫폼 기업들은 부가 시장 창출이든, 기술 혁신이든 산업계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한다. 플랫폼만의 먹튀나 그들만의 잔치판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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