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끊임없이 늘어나는 전자폐기물을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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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가 버려진 전자폐기물로 만든 트로피
iF로부터 사회혁신상 수상하는 쾌거 기록
전자폐기물 픽업 영웅으로 불려 자부심높아
삶의 방식과 가치관 바꿔야 순환경제 가능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대기업 CIMB가 후원하는 환경캠페인 뮤직런(Music Run)은 코스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10㎞ 거리를 달리는 젊은이들의 축제이다. 2019년에 개최된 이 행사에서 부문별 우승자들에게 수여된 트로피는 외관상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특이한 걸로 치면 단연 두드러졌다. 말레이시아 전역에서 버려진 전자폐기물에서 떨어져나온 플라스틱을 잘게 갈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트로피를 만든 회사는 일상적인 기념품 제조회사가 아니라 사회적기업 어스(ERTH, Electrnic Recycling Through Heros)이다. 시민들이 기증한 전자폐기물을 수집한 뒤 고쳐서 재사용하거나 분해 후 폐기 처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독일 굿디자인 선정기관인 iF로부터 사회혁신상(Social Impact Prize)을 수상했다. 
젊은 창립자 모하메드 파타트리는 2018년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자 전자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말레이시아에서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사업을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사회적기업 ERTH는 전자폐기물 해체후 수거된 플라스틱 조각으로 환경캠페인 행사 뮤직런 수상자 트로피를 만들었다.
사진=ERTH facebook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시민 중 일과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하려는 자원자를 선발해 전자폐기물 기증 신청자의 집으로 방문하여 무료로 수거하는 방식이다. 퇴근하는 길에 가장 가까운 지역을 연결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수리한 제품을 판매해 얻은 이익으로 수거할 때마다 알리페이 시스템을 통해 즉시 수고비를 지불한다. ‘전자폐기물을 픽업하는 영웅’이란 호칭을 붙여주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UN 조사 결과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만 톤 이상의 전자폐기물이 버려지고 그 중 겨우 20%만 제대로 분해되어 재활용된다고 한다. 전자제품 안에는 금과 같은 희귀금속이 들어있는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전 세계 금의 7%가 이처럼 버려지는 전자제품 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제품을 잘 회수하고 최대한 분해해 자원을 순환시켜야 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외에 그 속에 들어있는 해로운 물질이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전자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개발하여 독일 굿디자인 선정기관 iF로부터 사회혁신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파타트리 부부. 사진=ERTH facebook

캐나다의 철학자 마셜 매클루언(H. Marshall McLuhan, 1911~1980)은 모든 미디어는 신체의 연장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모두 신체의 연장일 수 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음식과 옷과 집 뿐만 아니라 생산노동과 문화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인간의 신체를 대신한다. 그래서인지 날이 새면 새로 출시되는 전자제품들은 자랑스러운 신체의 연장으로서 가장 편리한 기능을 탑재한 채 구매를 유혹한다.

한국 업사이클 기업 아르크마인드는 플라스틱과 아크릴 조각을 잘게 부수어 꽃병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아르크마인드
한국 업사이클 기업 아르크마인드는 플라스틱과 아크릴 조각을 잘게 부수어 꽃병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아르크마인드

그러나 문제는 사용하고 나서 버려지는 전자제품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학은 인간 신체를 해부하고 나서 급속하게 발전했다. 몸이 아프면 약을 써서 회복하려 하고, 수술로 수명을 연장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 신체의 연장으로 사용되었던 제품에 고장이 났는데 해부해서 고쳐보려 하지도 않고 쉽게 내다 버리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말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동물이 인간 생활의 영역으로, 동시에 신체의 연장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입양하는 것이라는 캠페인이 설득력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에 대해서도 조금만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자. 우리의 의식주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사물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사회와 순환 경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유토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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