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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모던의 이색 잔치
경기가 아직 확실한 불황탈출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
는 가운데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덕수궁에서 이색적
인 잔치가 벌어졌다.
역사를 상징하는 신성한 古宮에서 가장 모던한 패션쇼
라는 화제성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과 귀를 한꺼번에 집
중시켰던 이번 이벤트의 테마 역시 「천년의 옷이야
기」.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국가 경제발전과는 일말의 상
관 관계도 없는 날라리(?) 들의 관심사였던 패션이, 소
외와 굴욕의 시대를 넘어서서 이제 나라를 대표하는 문
화이자 첨단 소프트 웨어산업으로 당당히 조명을 받게
되었다는 현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격적인 순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화려한 조명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패
션이 어느날 불쑥 대중앞에 나서기에도 노하우는 여전
히 빈약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남아있다.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하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야외공간에서의 합동 쇼는 애
초부터 무리였다.
밸런스가 맞지 않게 놓여진 아트 조형물들은 일반인들
에게는 끝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존재였으며, 주위
의 강렬한 배경색과 구조물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소
위 붕어빵식 연출의 폐해를 별스럽게 강조해 주었던 이
벤트이기도 했다.
그와중에서도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생각날 만
큼 그야말로 화끈한 팬서비스로, 관객들의 얼을 빼버렸
던 중견 디자이너브랜드의 쇼가 있었는가 하면, 그다지
파워플하지는 않아도 개성과 감각으로 작은 컬렉션을
꾸려나간 신인들의 작품도 있었고 권위적인 정통 컬렉
션을 주장하는 그룹도 있었던 이번 행사에 대한 일반적
인 촌평은 기껏해야「한국적인...너무나 한국적인...」정
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패션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 고고한 권위를 자랑하는 고급 브랜드들에 대해
사람들의 호기심은 줄었으며, 학생들이 연출하는 퍼포
먼스와 젊고 활기찬 신인디자이너들에게 기대의 눈길을
더 가는 거대한 세대교체의 현장이였다는 점이다.
부럽기 짝이 없는 파리 패션진흥책
한때, 프랑스도 미국의 대량생산과 합리적인 패션비지
니스에 밀려 자기 모순적인 위기에 봉착했던 적이 있었
다.
이때 프랑스 정부는 전통공예산업의 진흥책을 내놓았는
데, 이것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수공업, 가내 공업인 예
술, 모드 창작 산업의 진흥을 도모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 대상에는 오뜨꾸뛰르를 포함한 많은 패션 관련산업
이 포함되어 있다.
프랑스 정부가 이런 패션 산업진흥책을 내놓은 배경에
는 전통 산업분야로서의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경영이
어렵게 되었다는 이외에 대량생산 대량소비 방식에의
반발, 노동에 있어서의 인간성 회복, 다소비형 산업에서
지식 집약형 산업에의 이행을 분석한 경제적 사회적인
요청과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1981년 선거에 승리한 좌익 연합의 미테랑 정권
은 당시의 프랑스의 심각한 실업문제와 무역적자 확대
에 과감히 메스를 가하기 위해 전통산업의 진흥에 한층
역점을 두었고, 특히 패션 비지니스에 대해 내놓은 일
련의 구체적인 지원책으로 이 사업은 더욱 불붙기 시작
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 개최된 82년
초에 루불궁 광장에서 열린 프레타 포르테의 합동쇼 역
시 우리네 그것과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 정부는 루블궁의 일각에 모드 예술
미술관을 창설하고 패션 비지니스의 스폰서이자 파트너
인 프랑스 섬유 의류산업에 대해서도 심각한 불황탈출
의 지원책으로서 『프랑테스티르」가 출범했다.
그때부터 유명한 오뜨꾸뛰르 컬렉션에는 미테랑 정권의
각료 부인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게 되었는데, 이런 장
면들은 패션 비지니스에 대한 정부의 열의를 나타내기
에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
얼핏 비슷해보여도 이 이야기는 우리와는 질이 전혀 다
른 이야기이다.
우선, 프랑스는 패션이 전통 기간 산업이지만, 우리는
패션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과 이미지 제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데서 출발해야 하므로, 이야기가 전혀
딴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장사가 되면 계속할 것이며, 싹수가 보
이지 않으면, 언제고 중단하겠다는 단파적 실적 올리기
성 기획 의도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현
실도 있다.
쿵쾅쿵쾅 요란하게 풍악을 울려봐도, 어쩐지 메아리 없
는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도 시대성을 반영하는 일종의 메시
지라는 생각을 한다.
몇몇 디자이너들의 개인적인 성공담에 의지하여, 산업
적인 차원에서 모두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였던 시대
를 벗어나 다소 혼란하기는 하지만, 아티스틱한 컬렉션
과 마케팅적 이벤트가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