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메스티지라고 불렸던 국내 핸드백 브랜드들은 매년 수천억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른바 “벽돌에 로고만 찍어도 팔린다”던 시절이었다. 최근 국내 준명품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자리를 잃고 상당한 부진을 겪고 있다.
소비양극화, 코로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애매한 정체성도 문제다. 준명품 브랜드의 쇠퇴는 트렌드 흐름을 놓치고 진부해지는 이미지를 반등하지 못한 탓이 크다.
몇 년간의 코로나 사태는 온라인 기반 중저가 핸드백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명품 지향도 더욱 심해졌다. MZ세대는 중간 가격대의 메스티지 대신 초고가의 명품백 하나와 저렴하고 트랜디한 신흥 브랜드백 여럿을 구매한다.
준명품 브랜드는 애매한 포지션을 극복할 만큼 흥미로운 아이덴티티를 제시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 경기침체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주요 유통채널인 백화점은 명품 매장과 MZ세대 대상 팝업스토어를 늘리며 국내 잡화 조닝을 점점 축소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 준명품 핸드백 브랜드들은 치열한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다. 쇼룸, 플래그십, 플랫폼을 활용해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과 스타 마케팅으로 대중성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노력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사적 차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시장 경쟁 속에서 아이덴티티 브랜딩을 꾸준히 해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 관계자도 있다.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성장하려면 명확하고 매력적인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