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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인들이 “목욕을 너무 자주하면 기운이 빠져 못
쓴다”는 말을 중년이상이면 들오본 이가 꽤 있을 게
다.
매일 샤워를 하다시피하는 요즘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얘기지만─.
그러나 이 말이 아주 틀린 것만도 아니다. 아닌게 아니
라 장시간 목욕탕속에 들어가 있거나 하면 현기증을 느
끼는 등 이상을 감지하게 되니 말이다.
심장이 나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특히 그렇단다.
또 한가지 미개인들에겐 우스개 얘기지만 사진을 찍는
일이란 금기다.
사진을 찍으면 <자신의 혼을 빼았기는 일>이라며 카메
라를 들이대면 질색인 것이었다.
목욕은 위생관념 등에 관계되는 습관이지만 카메라는
문화의 미개적 넌센스에 속한다.
▲목욕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13세에 순교한 성녀
(聖女)라 일컫던 <로마>의 「아그네스」는 죽을때까지
단 한번도 목욕은 커녕 몸을 닦은 일도 없다고 한다.
유럽에서 목욕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위생
학(衛生學)」이 갑자기 발달하기 시작한 19세기로 접어
들면서다.
어떤 기록에 보면 19세기의 중엽만해도 <파리>사람의
평균 목욕회수는 1년에 2회 정도인데 1870년의 조사에
따르면 목욕이나 샤워를 갖춘 가정은 불과 30%도 안됐
다는 얘기다.
20세기가 돼서야 문명국의 인간 생활 환경이 지극히 위
생적으로 변한다.
좀 묘한 얘기지만 1950년대의 미국의 병원에선 소독이
구석구석 잘된데에다 건물자체의 색깔이 모두 백색이어
서 냉냉한 느낌마저 풍기게 했다.
그 결과 <환자>들에겐 감각적인 심성이 결핍되어 정신
적 피해가 나타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너무 지저분한 것도 곤란하지만 「현대의 소재(素材)
나 소독제(消毒劑)들은 위생상태를 충분히 유지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를테면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술
실」이나 「회복실」은 「청색계(靑色系)」가 좋고
「집중치료실」에는 따듯한 난색계(暖色系)>인 밝은 색
이 회복에의 의욕을 높인다」 ─는 색채심리학설까지
감안되고 있는 형편.
▲요즘 청결병(淸潔病)이란 이름의 환자가 늘어나고 있
다는 보도인데 너무 깨끗한 것만을 선호하는 바람에 생
겨나는 흰색 증후의 결벽증(潔癖症)이 우려된다는 얘기
다.
─지구촌 유행에는 꾸준히 「흰색」이 앞장 서왔지만
이것이 도를 지나치면 <결벽증 지향>으로 변질될 우려
까지 있다는 어느 색채학자의 말은 귀담아 들을만하
다.(우리가 백의민족을 자처하던 때는 옛말이 됐지만.)
그렇지 않아도 요즘 흰색보다는 부드러운 “핑크”나
“블루” “크림옐로우”등 “파스텔 컬러”가 많이 눈
에 띄는 것은 좋은 현상일지도 모른다.
─유행은 민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