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6) -다운재킷이 최강의 보온 의류인 이유 (상)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46) -다운재킷이 최강의 보온 의류인 이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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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과 깃털 중 어느 쪽이 더 따뜻할까. Clo값(의류 보온 단열 지수)을 측정해보면 정확하겠지만 극지 탐험대의 복장을 확인해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을 탐험하는 그들의 일관된 복장은 모피가 아니라 다운재킷이다. 패딩재킷의 충전재로 양털이 아닌 새의 깃털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알 만하다. 왜 깃털의 보온력이 털보다 더 우수할까. 직립해 있는 육상동물의 털과는 달리 깃털은 새의 몸에 밀착하여 누워있다.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꼬리를 활짝 펼친 채로 날아가는 공작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매끄러운 표면과 작은 표면적은 유체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깃털이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아 있는 새가 있다면? 대체 어떤 새의 깃털이 이렇게 생겼을까?  밀집한 털은 밀폐되지 않아도 피부 위에 공기층을 형성할 수 있다. 공기는 우수한 단열재이므로 차단벽을 형성하면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고 내부의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털의 개수와 밀도가 공기층 형성의 안정에 비례하므로 육상동물이라면 더 나은 보온력을 위해 더 많은 수의 털을 장착하면 된다.
  그 때문에 늘어난 몸무게는 별도의 다리 근육 보강 없이도 대개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다. 극단적인 예는 메리노 양이다. 5년간 털을 밀지 않은 한 수컷 양의 털 무게는 35kg이나 되었다. 이 양은 스스로 걷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 물론 자연 생태계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새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다르다. 중력을 떨치고 하늘 높이 날아 원활한 비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경량화가 필수이므로 속이 텅 빈 뼈를 가져야 할 정도로 새들에게 몸무게는 가장 중요한 신체 조건이다. 그런 이유로 보온을 위해 가능한 적은 숫자의 털을 보유해야 한다. 즉, 새들은 보온을 위한 최대 털 수에 한계가 있어 기본적으로 육상동물의 털보다 보온성능이 더 우수해야 한다. 또 새는 빠른 속도로 고공에서 차가운 공기를 스치며 날아야 하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공기와의 마찰계수가 작은 형태의 털이 필요하다. 즉, 가볍고 공기저항이 작으면서도 보온 기능은 탁월해야 한다. 서로 연관성이 떨어지는 이런 복잡한 목적을 위해 진화한 새의 깃털이 다른 동물의 털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깃털의 놀라운 이중구조
털에서 진화했지만 원래 모습과 크게 다른 깃털의 특이한 형태는 보온과 경량화 말고도 두 가지 상반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부피 대비 물체의 표면적(비표면적)은 공기 저항과 비례하기 때문에 중력에 저항하여 공중에 떠 있기 좋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플랩을 이용하여 날개를 최대한 확장하는 이유도 표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함이다. 반면에 표면적이 크면 공기와의 마찰계수가 커져 빠르게 날기 어렵다. 깃털은 이처럼 두 가지 상충하는 목적에 부합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단순한 육상동물의 털로는 이런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깃털의 특이한 형태는 비표면적이 큰 물체가 공기와의 마찰계수가 최소화되도록 우아하게 설계된 고도의 발명이다. 깃털은 보온과 부력을 담당한, 표면적이 큰 안쪽의 솜털과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배치된 표면적이 작은 굵은 털이 유선형으로 설계된 이중구조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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