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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자기에 좋다는 3월의 전원은 서서히 바빠진다.
벌레들도 개구리도 동면에서 깨어나고 오랜 겨우살이에
서 해방된 새들은 즐거이 우지짖고 솔나무에 스치는 바
람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경칩>이 내일 모래이니까
─.
「초봄이라고는 하지만 잠이 달아 눈을 떠보니 벌써 해
가 하늘 높이 떳다」라는 다음 시조가 생각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희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3월이면 우리들 머리에 떠올라 봄 기분을 돋구어 주
기에 충분하다.
한편 님 생각에 한밤중에도 잠이 안 온다는 푸념의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라는 시조에
선 봄의 낭만을 풍겨준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소쩍새)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 잠 못들어 하노라.
─분명히 봄은 사람들을 다정다감하게 만들어 준다. 그
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던가─.
▲대자연의 움직임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까닭없이
바쁘고 어수선해지는 것을 어찌하랴─.
사랑은 어떻게 너에게로 왔던가
햇살이 빛나듯이 혹은 꽃눈보라처럼 왔는가
기도(祈禱)처럼 왔던가─ 말 하렴.
행복이 반짝이면서 떨어져
날개를 접고 커다랗게
나의 꽃 피어 있는 영혼에 질렸구나─.
─이렇게 봄과 영혼과 사랑을 “릴케”는 읊조리고 있
다.
▲“조지훈”도 봄과 여인을 이렇게 노래했다.
꽃 필 무렵에
오는 추위
새촘하니 돌아선 모습이
소복(素服)한 여인 같다.
반쯤 연 꽃봉오리
안으로 다시 화장하고……
길일(吉日) 고이 받아
햇살과 입 맞초리
꽃봉오리 수줍은 양이
시집가지 전 첫색시라.
▲3, 4십년 전의 우리는 비록 춥고 배고팠지만 모두가
서로 다정해서 따스한 인정이 오갔다.
그래서만도 아니지만 “초봄 추위를 새촘한 소복 단장
의 여인으로 ─ 혹은 시집가지 전 <첫색시>로 비유하
는 포근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진실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오히려 「청빈(淸貧=깨끗한 가난의 살림
살이)」을 이겨내며 즐기던 선비의 기개(氣槪)를 3·1
절을 어제로 보내고 여러가지를 새삼 오늘에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