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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체들의 탈 섬유업종 바람이 거세다. 80년대 사업다각화 명분아래 탈 섬유현상이 거세더니 이제는 아예 고유업종마저 헌신짝 버리듯 한다. 옛말에‘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이를 실천하듯 섬유업체들의 탈 섬유업종 바람이 매섭기가 그지없다.
최근 효성·코오롱·태광산업·대한화섬·SK케미칼·고합·제일모직 등 국내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간판기업들의 업종 바꾸기가 대세다. 최소 30년에서 반세기 가깝게 영위했던 섬유업종을 미련없이 접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의 변화무상은 혀를 내둘리기에 족하다.
솔직히 섬유기업들의 탈 섬유업종 바람은 충격이다. 갈수록 섬유부문 매출비중이 낮아지고 또 섬유업종으로의 신장이 기대되지 않는 탓도 있으나 고유업종을 바꾸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더욱 국내 많은 기업들의 업종전환이 대세라 해도 보수적인 국내 섬유 간판기업들의 섬유업종 포기는 의외다.
그 동안 수많은 섬유업체들이 탈 섬유를 선언했다. 그러나 탈 섬유에 성공한 섬유업체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탈 섬유를 외친 대부분 섬유업체들은 중도에 비명횡사하는 비운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보는 기회도 됐다.
지금 내노라 하는 국내 섬유 간판기업들의 탈 섬유업종 행렬은 섬유산업에 대한 희망과 좌절을 다시금 교차하게 한다. 탈 섬유 선언과 함께 부도·도산으로 이어진 수많은 섬유업체들의 망령도 되살아난다.
섬유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못하고 아연한 심정으로 돌변하고 있는 것은 수구적 사고를 버리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자기 고유업종을 영위하든 않든 제3자는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냉철한 현실주의적 생각이 저변에 깔렸기 때문인가.
기업은 숙명적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이 같은 기업의 변신을 놓고 미주알 고주알 하는 것 자체가 공연한 헛수고임을 결코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섬유간판기업들의 섬유업종 포기가 주는 파문이다.
섬유업계가 화섬업체들의 탈 섬유업종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이제 불붙기 시작한 섬유산업의 고부가 창출을 위한 전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 섬유업계는 섬유산업의 첨단생활산업화를 목표로 엄청난 재화와 시간 그리고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 때문이다.
밀라노프로젝트는 섬유산업 재도약을 위한 국가적 전략과제로 설정돼 있다. 사업주체도 섬유업계·산업자원부·대구시가 혼연일체가 된 민관합동의 역사다. 그런데 섬유업계의 중심이 돼야할 화섬업체들이 오히려 탈 섬유업종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섬유업계가 화섬업체들의 일탈행위와 관련 이는 섬유산업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을 높이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 화섬업체들의 탈 섬유업종 행위가 명분이 충분하더라도 섬유업계의 희망을 짓밟는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더욱 탈 섬유업종 추구가 시대적 대세라 할지라도 대부분 섬유업체들의 희망에 역행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리고 이는 결코 간과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솔직히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봐주나. 이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꼬집은 말에 불과하고 자기 것은 스스로 챙기고 돌보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 범주서는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일탈현상이 섬유업계서 자연스럽게 번지고 있다. 그것도 섬유업체를 상대로 몸집을 키워온 화섬업체가 앞장서고 있다.
화섬업체는 어떤 업체들인가. 폴리에스터·나일론·아크릴 등을 생산·판매하면서 정부의 국내산업보호라는 미명아래 땅짚고 헤엄치기로 성장해온 대표적인 기업들 아닌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적 그룹으로 부상하는 반석이 됐음도 부인못할 사실이다.
앞으로 섬유업체의 섬유업종 버리기가 유행병처럼 번질 전망이다. 우리 옛말에‘천하 한량이라도 조강지처는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섬유업계는 예외인 것 같다. 그것도 기업풍이 아주 보수적인 섬유업체가 일으키는 바람이다.
비록 문외한이라 한들 섬유업체가 섬유업종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풍조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고유업종까지도 포기할 만큼 섬유업종이 눈엣 가시였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섬유업체의 고유업종 버리는 추세가 비록 예견된 사안이라 할 지라도 섬유업종 엑소더스 현상을 보면서 씁쓸하다 못해 비참하기 그지없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를 표방하는 추세서 이 같은 생각은 오히려 감상적인가.
섬유업체들의 탈 섬유바람에 이어 이제는 탈 섬유업종도 거세다.
업종다각화라는 명분 아래 탈 섬유를 외쳤든 수많은 섬유업체가 부도·도산의 쓴 고배를 든 것은 아주 예외로 치자. 그래도 화섬업체들의 탈 섬유업종 바람은 지나친 광풍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sy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