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떠날 때 떠날 줄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
운가!
삶의 평범한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떠날 때를 모르는 인
사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낀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와 단체장 선출에서 특정 섬유업체
인사와 관련된 일면을 보며 씁쓸한 마음 감출 수가 없
다.
떠나야 할 때를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
만 이 또한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것이리라 생각해 본
다.
최근 일본축구협회는 대표팀의 성적부진과 관련, 오는
6월 임기 만료되는 필립 트루시에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 사실상 해임했다고 보도됐다.
국내에서는‘스타 감독’ 이충희가 해임됐다. 프로농구
LG 세이커스는 최근 이충희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
를 공식 통고했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쳤고,
97년 LG 농구단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이충희 감독.
LG 고위 관계자는 “그가 창단 감독으로 특유의 ‘수
비 농구’를 펼쳐 LG가 신흥 명문으로 자리잡는 데 크
게 공헌했지만 팀의 재도약을 위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는 첫 시즌 2위에서 다음해 5위, 지난해 7위로 점점
성적이 떨어졌다.
이 감독은 “성적을 못내 해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라며 “모든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한다.
이들과는 또 다르게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최근
“20년 일군 재산 회사에 놓고 떠납니다”의 ㈜이디 박
용진 사장이다. 회사주식 270만주를 전 종업원과 사회
에 환원했다.
박 사장은 20년 전 회사를 세울 때 「관리자는 돼도 소
유자는 되지 말자」고 맹세했고, 퇴임과 함께 자기 소
유 회사 주식 270만주를 회사에 모두 위임하기로 했다.
이중 50만주는 직원 84명에게 주식 거래가의 5분의 1인
1200원에 골고루 나눠줬고, 20만주는 연구소의 기술개
발에 사용토록 했다.
나머지 200만주(120억 원 상당)는 회사 발전에 공로가
큰 직원이나 사회 단체, 어려운 사람 등에게 주도록 부
탁했다.
새 사장에는 친인척이 아닌 상무를 임명했다. 박 사장
은 지난 1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기증서에 도장을 찍었
다. 박 사장은 『퇴직하기엔 이르다는 주위 만류가 많
았지만 뿌리쳤다』고 했다. 『봉급쟁이였으면 벌써 떠
났을 거 아닙니까. 나도 직원들과 똑같아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고 했다 한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는 회사 주식의 30% 정도를 나눠
줘 주인의식을 갖게 했다. 회사는 IMF를 겪으면서도
흑자를 냈고, 지난해엔 매출 240억 원에 순이익 8억 원
을 기록했다. 이 모두를 두고 그는 떠난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우리모두에게 박 사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김임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