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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내 유명 전통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릴 의상 패션쇼에 앞서 기자 간담회와
전통의상과 창작의상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람들은 세계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인 뉴욕, 그리고
세계예술인의 꿈의 무대인 카네기 메인홀에서 한국 전
통 문화 예술 공연및 의상 발표회가 열린다는 것에 관
심을 가졌지만, 뉴스의 포인트가 항상 한국 문화의 깊
은 뿌리와 그 화려함을 국운상승의 상징적 행사라는 구
태의연한 내셔날리즘의 자극에만 맞춰져 있고 산업화에
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야마모토 간사이가 올여름 일본에서
전대 미문의 수퍼쇼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테마는‘Hello Japan, Hello 21 in kihu.’.
이의 저편이 오다 노부나가라는 일본의 역사상 인물에
서 따온 메시지라고 한다.
16세기중반 기후라는 일본의 한 지역에서 근세의 문을
연 풍운아 노부나가의 자유로운 발상과 유연한 사상에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인간적 에너지를 느끼는
옷이 그의 주제다.
역사속의 인물의 강인함과 생각을 차세대를 짊어질 젊
은이들에게 전해준다고 하는 것이 목적. 이것은 야마
모토 간사이의 최신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것으로 이것
은 화려함속에서 퍼포먼스가 넘치는 대작이 될것으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치 역사의 한장면을 들여다 보는
듯이 긴장감과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쇼의 스폰서 유
치. 일본제일의 축제협회와 기후현의 축제의 한 행사로
열린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양에서 일본의 전통의 하나인 다도와
인테리어 양식은 초상류층의 에티켓이자 양식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는 철저한 기획과 막강한 자금력으로 마케팅에 침투
해 들어간 그들의 전략 덕분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전통의 해외진출은 지극
히 해프닝적이다.
상품화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쇼적인 이미지만 강
조되는 이유는 일단은 자금력.
그것은 일개 디자이너의 의욕과 상상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 이미
지 메이킹 작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빅 스폰서가 붙
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점 이기도 하
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시각적인 갭이 있다.
패션산업에 대한 부가가치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
는 지도층이 없고, 자동적으로 그에 따른 산업적 인프
라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 있는
것이다.
장사가 잘되고 있는곳에 뛰어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지
만, 장사가 될지 안될지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곳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 현명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속에서 ‘전통’을 자신의 디
자인 테마로 채택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의외로 많다.
전통을 이조백자의 선과 카리스마적인 미학으로 풀고
있는 진태옥씨의 존재가 그렇고, 한국의 소박한 간난이
를 모티브로 절제된 미의식을 표출하는 이신우씨도 있
다. 이에 비해 설윤형씨의 경우는 강렬한 소재와 색채
를 현대의상에 꾸준히 접목하여 한국적 이미지를 놓지
않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젊은 세대로서 권진순씨가
이 시장에 뛰어들어 갖구어낸 질그릇같은 전통을 그려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전통과 패션’이 제대로 해외시장에 파
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양인들의 라이프씬의 한코드를
제안할 수 있는 토탈기획은 물론, 대기업의 지속적인
후원이 절대 필요하다.
즉,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토탈룩과 라이프씬이 함께
제안되지 않으면, 그들의 매일 먹는 식단을 바꾸는 것
만큼 어려운 일로 남아있을 것이 틀림없다.
/유수연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