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옷의 주인의식
이전에 크리스티앙 디올은 ‘옷의 완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데생을 그릴때 나 자신을 그리므로, 이것은 디자이너인 나의 옷”이라고 말하는데,
나와 오랬동안 일한 패터너는 내가 내놓은 이미지를 패턴으로서 내놓으면서, 그옷이 자신의
옷이라고 말해 준다. 봉제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자신이 갖고 있는 전 기술을 구사했으므로,
‘이옷은 나의 옷’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살롱 부띠끄 코디네이터는 액서사리, 헤어 메이크
등을 구사해서 코디네이터 해주므로, 역시 이옷은 나의 옷이라고 생각하며, 오더해 준 손님
들도 당연히 ‘이옷은 내옷’이라고 기뻐한다. 이와 같은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서 내옷은
완성이 되는 것을 확인한다”고.
이처럼 디자이너의 쇼를 돋보여주는 작품과 상품은 디자이너 개인의 힘이 아닌, 디자이너의
재능을 기본으로 그것을 보좌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자기 자신의 역할과 팀 워크의 가치로 분별해 낼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남
들에게 진실한 존경을 받을 자격도 갖추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크리스티앙 디올처럼 자신의 주위사람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동시에 자
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디자이너는 드물다.
어쩌면 디자이너라는 이름만으로 상품을 팔고 돈을 벌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왜곡된 패션산업의 중심
의류학과와 의상학과의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희망직종이 대부분 디자이너이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 있어 이런 꿈은 너무나 삭막한 현실에 부딪쳐 어느새 불안으
로 바뀌어 있다.
각종 경진대회의 참가도 ‘불안하니까 해보는 것’일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이며,
심지어는 용케 디자이너샵에 취직해도 말이 디자이너지, 거의 ‘식모살이’를 하다 제풀에
포기해버리고 나오는 선배들이 태반이라는 현실도 서슴치 않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느어느 디자이너 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언급할 정도니까, 군더더기도 필요
없다.
그들중에 약은 아이들은 아예 동대문에 뛰어들어 ‘돈이나 왕창 벌을 것’이라는 배포를 과
시하기도 하지만, 그역시 객기임을 그들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것은 패션산업의 중심이 언제나 디자이너에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가장 여실히 잘 나타내
주는 것이다.
베스트 카피국의 디자이너
한 설명회에서 어떤 강사는 “우리나라는 결코 트랜드 제안국이 아니다. 그저 베스트 셀러
제조국일뿐이 였다. ”는 다소 자극적인 오프닝 멘트로 청중을 주목하게 했다.
또, 학술대회의 토론회장에서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가 제조기술이 뛰어나다는 것 자체가 크
리에이티브한 작업을 방해하고, 카피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실날한 지적
으로 듣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 독자적인 트랜드를 제안하고 크리에이티브라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은
억울하겠지만, 이런류의 자기비판적인 말들은 지금까지 디자이너란 기껏해야 카피상품으로
조합하면서, 사람들에게 꿈과 환상을 만들어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의 확인 이외에는 아무의
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독립선언의 의미
그러나 최근 젊은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움직임은 보다 적극적이다.
기성 디자이너들에 대한 동경은 비난으로 바뀌고 있으며, 의식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출하
기 위해서 당당히 원맨 사장을 선언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아직 그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패션 전문 학원생들의 움직임만 보아도 알 수 있
는 현실로, 최근 들어서는 각종 대형 패션쇼핑몰들을 중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독립하는 기
회와 장 역시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게 있어 현실은 팍팍하기 짝이 없다.
모든 지원과 네트워크, 그리고 정보의 문은 “훌륭한(?) 디자이너”들 에게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양세는 다르지만, 자금과 인맥으로 연계되어 있는 현실을 무시할수도 없다.
그러나 꿈을 꾸면 한이 없지만, 앞으로, 정부나 은행에서도 기업의 내용을 판단하는 척도로
서 눈에 보이는 담보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정렬과 감성, 그리고 능력도 판단재료
로 채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감성이 담보로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직감한다.
벤쳐자금에 있어서도 머지않아 테크놀로지 중심에서 하이테크 산업의 벤쳐 비즈니스가 어렵
게 되어 패션의 분야에 상당히 힘을 기울이는 추세에 들어설 것이다.
또한, 대형 어패럴사들도, 입지확보와 메이커에 대한 투자에서 서서히 디자이너에 대한 투자
에 역점을 두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패배하게 될 것임?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