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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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역학관계와 정치적 행동 만일, 막강한 파워에 자본력이 있는 유수한 외국 기업의 디렉터가 ‘당신 나라에서 가장 훌 륭한 디자이너나 존경하는 패션인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하자. 패션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이라면, 오히려 당장 떠오르는 인물중의 한명을 뱃속 편하게 말 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패션업계의 메카니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예 손을 휘 휘 내젓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조사해서 보고하겠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팽팽한 힘의 역학관계에 끼어들지 않고, 적당한 시기에 생색도 낼 수 있는 가 장 정치적인 행동으로, 애초부터 원하는 각본에 적당히 명분을 만들어 줄 들러리만 등장시 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생각보다 화끈하지 못하다. 사람들의 비위를 거슬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이 전제로 되어 있는 만큼, 연관되어 있는 모 든 사람들을 다 추천할 수 밖에 없는, “다소 우스꽝스러워도 할 수 없다”는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욕심에 명분달기 비후스테이크에 육계장 그리고 짜장면과 햄버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음식을 취급한다는 값비싼 레스토랑이 있다. 그러나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가게는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언제나 파리만을 날리고 있는 형편이라서, 주인은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왜 손님이 없는지 항상 의문이였다. 하루가 지겨운 종업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의미없는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일과였다. 주인의 말할 수 없는 속앓이가 깊어지면서 이야기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튀기 시작했다. 그것은, 스시도 취급하고 떡볶이와 냉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겠다는 것으로, 만약, 이를 비난하거나 지적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세가 원하는 퓨젼스 타일”이라고 말할 대외명분도 마련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가게의 맛과 질에 대한 진실한 평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주인은 권위와 통솔력보다는 아무 가치도 없는 메뉴판의 갱신만을 들여다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버려야 사실, 한국의 패션이란 과연 어떤것인가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없 다. 컬렉션이 고전예능이나 테크닉의 경연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에 대한 대답 역시 더더욱 빈궁해 진다. 어떤 외국기자는 일련의 패션쇼를 보는 동안 “알 수 없는 집념”같은 것만을 느꼈다고 한 다. 이말은 각 디자이너마다의 캐리어나 기술적인 면, 그리고 실력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의 고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그것을 외부에 전달할 수 있는 편집 방법에 있어 뭔가 잘못이 있다는 의미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일리가 있는 것이 외국인에게 한국의 컬렉션 체계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다시말해 여기 저기 밥상은 많지만, 뭔가 일목요연하게 제시할 수 있는 메뉴판이 성립되어 있지 않은 물론이고, 당연히 손님의 관심을 끌만한 일품요리도 없다. 물론, 패션 디자인 활동 자체는 그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견해에 따라 가치가 있거나 없거나 한다. 또한 반드시 최고의 소재를 쓰고, 최신 트랜드를 접목시킨 톱디자이너의 작품이여야만 늘 감동하거나 감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같은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고, 제시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질이나 자세가 달라지듯, 우리 모두가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뭔가 새로운 구심점을 통한 통합과 재편집을 위한 혁신 적인 양보와 창구의 일원화가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비체계적인 운영의 산물들 사실, 이바닥이 얼마나 비체계적인가를 말하기 위해, 언제부터인가 크고 작은 웬만한 패션쇼 마다 붙이는 ‘서울 컬렉션’을 생각해 보자. 그것이 정기든 비정기든, 패션쇼든 이벤트든, 아무데다 갖다 붙여도 그 익숙한 제목에 대해 아직까지 별스럽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 내막을 깊이 살펴보면, 만화 경같은 단면이 보인다. 상호등록은 한국패션협회에게 있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SFAA가 하고 있고 서울컬렉션의 도메인 등록은 엉뚱하게도 매체인 ‘우먼드림’이 갖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매체의 하나인 우먼드림이 서울 컬렉션의 도메인을 갖고 있는 만큼, 협회도 SFAA 도 KFDA도 서울 컬렉션의 명칭에 대한 사용권에 있어서 언젠가 중대한 장애가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네 컬렉션이라는 것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비체 계적이였는가를 말해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豫의 병법이 상징하는 의미 손자병법중에 ‘豫의 병법’이 있다. 미리 전쟁이 일어날 것과, 전쟁의 추이를 예측하고, 미리 어떻게 싸울 것인가의 전략을 정해 두는등 미리, 사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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