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방해하는 최대의 요인으로 고정 관념이 있다.
패션계에서는 스캐퍼레리가 발에 신어야 하는 구두를 거꾸로 머리에 쓰는 구두형 모자로 만
들어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었으며, 여름 소재로 코튼이 최고라는 상식을 과감히 겨울
옷에 사용하여 충격을 불러 일으킨 다카다 겐조의 역발상은 오뜨꾸뛰르계에서 ‘코튼의 시
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역발상이 애초의 보수주의자들에게 가면 생각지도 못한 수난을 당할 때가 있
다.
이전에 한창 유행인 그런지 스타일의 원조로서 들어지는 와이즈와 꼼므 데 갸르송도 처음
거렁뱅이 룩을 발표했을 때, 당시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서는 ‘예의를 모르는…미적감각
이 없는 사람들…, 조금도 섹시하지 않은…너덜 너덜한 옷들…, 마치 장례식을 위한 것같은
불길한…’등으로 맹렬한 혹평기사를 썼다.
아예 패션의 코드로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더 나아가서는 패션쇼에 그런 누더기가 올라오면
기사를 전면 보이코트할 것으로까지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붐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그 엉뚱한 그런지 패션에 빠져들어가자, 르 피가로
는 그 태도를 일변해서 다음해인 83년 4월 지면에 아주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역시 하나의 엘레강스이다. 뿌리가 없는 꽃잎같긴 하지만, 틀림없이 새로운 패션의 하나
임이 틀림없다’며 새롭게 찬사의 말로 소개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오르내리는 화제거리이지만,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는 자세란 패션에 있어 또다른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는 것
은 신념이자 용기이다.
물론, 신념과 용기만을 갖고 아이디어 없이 움직이는 것은 무모함이다.
그러므로 이런 역발상적 사고는 끊임없는 아이디어 발상의 훈련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를들어 고무가 달린 연필과 티슈와 물수건을 병행시킨 물티슈와 같은 발상은 인너와 스타
킹을 랑데부시킨 팬티 스타킹을 낳았고, 거꾸로 도는 시계의 오리엔트의 ‘사잔 크로스’는
브레이저의 후크를 뒤어서 앞으로 이동시켜 대대적인 매상을 올렸던 와코르의 ‘프론트 후
크 브라’등이 있다.
이외에 소재 자체를 변화시킨 예로서 소재를 폴리에스터로 채용해 물세탁이 가능한 워셔블
수트와 워셔블 실크의 개발을 들 수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사용과 활동의 불편함을 약간 개량하는 것으로
새로운 아이템의 개발과 이어질 수 있다.
불황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상식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소비자는 뭔가 새롭고 좋은 상품을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기본으로 구매력을 유인하는 것이다.
전시회를 들르면, 여기서도 신제품이고 저기서도 신개발이다.
알아듣던 못알아 듣든 열심히 잡아당겨보고 흔들어보면서 실험을 계속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발상이란 고난속에서 영광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이런 역발상이 기초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역발상은 소재도 패션도 차별화를 낼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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