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VIP 프레스석 풍경
“이번 작품, 어떻게 생각하세요. ?”
쇼가 끝나자 마자, 해외 VIP 지정석 한가운데 자리잡은 풋내기 일본 기자들에게 느닷없이 한 일간지 기자가 질문을 한다.
“처음 보기 때문에…” 라며 연신 손을 내저으면서도 ‘굉장하네요’라는 말을 잊지않고 해준다.
굉장하다…?
그말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하나의 평으로서 열심히 적어 둔다.
그러나 갑자기 반격이라도 하듯, 한 일본 기자가‘한국 디자이너 그룹이 왜 통합이 안되느냐’는 엉뚱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컬렉션의 자리를 메꿔준 것도 황송한데 질문까지 해주니까, 통역을 비롯해서 너도나도 장황한 대답이 이어졌다.
국내 디자이너 단체의 내부문제에서 백화점의 유통문제까지 내용은 세밀했지만, 정작, 질문한 기자는 너무나도 방대한 설명에 자신이 뭘 물어봤는지 잊어버린 듯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한국 디자인에 대해 뭔가 거창한 감탄과 찬사를 기대했던 일간지 기자는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없어도, 해외 프레스의 의문인만큼 모두가 성실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 .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일본 기자가 얻은 답은 ‘한국 패션계도 만만치 않게 복잡한 것’이라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별로 신통치 않은 질문과 대답들이 오가는 모습은 우리 패션의 전문성과 일반성, 그리고 홍보 전략과 실속에 대한 오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던 아주 중요한 순간 스케치였다고 믿고 있다.
‘겸사겸사’가 낳은 결과
귀빈대우를 받은 일본 프레스들이 돌아가서 어떤 기사를 어떻게 쓰든 그들의 자유일 것이다.
한국디자이너들을 정말 ‘진흙속에 묻혀 있던 옥’으로 부각시켜 줄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 이런 엄청난 규모의 패션쇼가 열리고 있는 배경과 결과에 대해서 시시콜콜 관심을 보여줄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겸사 겸사’의 의미로 자신의 존재와 취재 동기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프레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음을 내내 불만하고 있던 교포기자의 격분에 크게 당황해 하던 관계자들의 모습을 목격했을때는, ‘모두가 핵심을 잊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런‘겸사겸사’의 목적은 바이어들도 마찬가지다.
해외 출장길에 잠깐 들렀다는 일본 백화점 바이어는 ‘오늘안에 돌아가야 한다’며 시종 ‘영문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사라졌다.
하긴, 컬렉션과 패션쇼의 구분이 잘 안되는 국내 백화점 바이어들 역시, 다른 일이 많아서 오지 못한다고 하는 판에, 해외 바이어라고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해하긴 했지만,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바이어들도, ‘뭘 알아야…’라는 겸손의 표현으로 그들의 관심이 결국,‘바잉’이 아님을 시사할때는 정말 할말이 없어진다. .
‘성공’이라는 표현의 잣대
그럼에도 이번 서울컬렉션은 규모나 관객동원면에서 압도했다.
행사장 앞에 빼곡이 줄 서있는 학생들은 아무리 일찍 와서 기다려도 쇼장의 뒷자리를 장식하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의 패션에 대한 기대감과 동경심은 여전히 컬렉션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30분정도의 짧은 런웨이 타임을 위해서 평균 2~3시간은 족히 버리고 기다렸을 그들에게 있어 마지막 피날레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모습은 비록, 화려한 불빛이 꺼지면 순간속으로 사라지는 정신적인 호사 하나이긴 하지만, 이것이 우리네 패션쇼의 전형적인 모습이므로, 그런대로 ‘성공’을 자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 이시점에서 컬렉션과 패션쇼의 구분도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 역시, 바이어와 프레스 그리고 초청 고객에 한해서 다음번 유행을 제안하고 바잉을 연계한다는 기본 취지를 생각하면, 아직 여전히 진정한 실속은 없다.
어쩌면, 이런저런 각종 메스컴 평가에 목청을 높이다 가도 마케팅의 결과와 이어지게 되면, 아무 할말이 없어지는 디자이너들의 비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장점과 핵심으로 자신감 갖기
그러나 이미 주변에는 식견과 정보로 무장한 영국, 예술과 색채 감각을 패션과 접목하는 프랑스, 실용과 막강한 소프트 웨어로 밀어붙이는 이태리, 로마 군단처럼 자금과 네트워크로 잡아가는 일본이 있고, 대국인 특유의 뚝심으로 노하우를 축적해 가는 중국이 있다.
거기에 늘 그랬듯이 패션이란 기껏해야 디자이너의 ‘끼’만으로 연명해 왔던 것이 우리네 패션사였으므로, 지금 새삼스럽게 역량있는 해외 프레스나 바이어들이 대거 몰려와서, 필사적으로 취재해 줄 것은 꿈에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시점에서, 우리가 진정 냉정한 비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