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을 진심으로 사랑하십니까”
동대문시장의 부도난 모 패션몰 간부와 점심을 먹으면서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속된말로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은 계속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은 모래알과 같습니다. 결코 뭉치지 않는 모래알 말입니다”.
그 동안 동대문시장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로 평가받았고, 열정적인 활동과 뛰어난 기획력으로 재래시장이 나아갈 방향타 역할을 했던 이 간부는 이날 이후 “허탈하다”는 말을 남긴채 동대문시장을 떠났다.
서울패션디자인센터의 주도로 계획되고 있는 ‘동대문 국제 패션 축제(가칭)’의 논의 과정을 보면 그 간부가 말했던 ‘허탈함’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올해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찾아드는 외국 관광객과 바이어들에게 동대문시장만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확실한 관광상품화로 도약하겠다는게 이번 행사의 취지.
문제는 이번 행사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나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행사 개최 여부까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총 5-6억원 예산이 소요될것으로 보이는 이번 행사에 서울시가 지원하는 금액은 겨우 1억원.
나머지 4억원은 동대문시장 상인 2만여명에게 2만원씩 거둬서 예산을 편성하자는게 계획안의 골자이지만 이에 대부분의 상가 대표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매상가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상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2만원을 그냥 내 놓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 2만원 각출에 대해 한 상인은 “동대문에 문화를 만든다고 당장 돈 되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런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물론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생색을 내려 하는 서울시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사고, 즉 일명 ‘장사꾼 마인드’에 기초한 동대문시장 상인의 의식은 부정할수 없는 한계로 지적된다.
뿐만아니라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매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씩 홍보비를 거둬들여 비자금(?)으로 활용하고,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가들이 이번 문제에서는 철저하게 상인편을 들고 있는 것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발상이다.
지난 20일 여·야·정부의 경제 전문가들은 재래시장 육성책을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각종 지원책과 활성화 대책을 내 놓는다 해도 소탐대실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상인·상가의 기본적인 인식변화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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