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적 패션용어 해설에 ‘파안대소’
컬렉션장에 희안한 잡지(?)가 등장했다.
디자이너 최연옥의 “ALIVE.”
식상한 표정으로 트랜드 설명서를 찾던 기자들과 점잖은 VIP들이 들쳐보다가 쿡쿡 웃음을 터트렸던 화제의 책.
“과거에 있었던 것…현재 있는 것…앞으로 있을 것”이란 것은 그의 트랜드 테마이기도 하지만, 느릿느릿하게 넘어가는 흑백과 컬러물의 재생이나 기하학과 같은 구도의 사진들이 볼만하다.
초록과 블랙, 옐로우의 조화에서 그가 제안하는 패션의 세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신세대적 패션 용어 해설.
잘난체 하는 패션인들의 표리부동적 모습을 손톱을 세워가며 긁어대는 것이 “∼다운” 표현이다.
가령, backbitting을 ‘험담·중상모략’로 확실히 분류하여 “패션 피플들이 친목을 다지는데 필수적 요소, 패션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뒷다마를 까든지 자폐아가 되든지 해야한다”는 그녀式의 독설적 해설을 읽을때는 속까지 후련해진다.
그러나 공주란, 못되고 버릇없는 행동 지침을 프로답다고 생각하는 종족을 가르키는 말이라든지, 강남이란 “돈냄새 풍기면서 사고 놀고 마실데가 많아 허영기 많은 모더니스트란 애칭을 붙일 수 있으나, 문화적인 궁핍감이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곳.
그러나 BMW몰고 좀더 가면 강북이라는데도 있음”이라는 대목에서는 사회적 모순성과 냉소가 느껴진다. 말이 모자라면 후벼 파는 것. 말라 비틀어져 가는 피딱지와 함께 사랑의 자욱을 남기는 것이 그가 말하는 ‘문신’ 의 또다른 해석이다.
패션쇼에서 돈내고 티켓사서 떳떳하게 입장했음에도 VIP와 프레스와 스탭에 치이는 관계자 이외의 사람들(평민)에 대한 동지의식도 읽을 수 있고 모두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데 혼자 배바지 차림으로 쏘다니다가는 짱돌맞을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패션)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팔아치울만큼 팔아치워도 성이 안차는 업계들이 사이 사이에도 사야할 옷이 많다며 꼬시는 소리(간절기)와 모든게 엉망진창인대도 괜찮다고 우기는 정신나간 짓(낙천주의)이 난무하는 이시대에 마치 스스로의 잘못을 들킨냥 실소와 폭소를 거듭하는, 이른바 ∼척하는 것이 귀여운 책이다.
/유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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