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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己卯)의 새해는 「토끼」의 해다. 우리는 토끼-
하면 선량하고 온순한 동물로 치부한다.
아닌게 아니라 토끼는 전연 공격적이 못된다.
아주 오래전 토끼를 미당 한구석에서 길러봤지만 토끼
는 <부부애>가 돈독해서 숫놈은 밤낮으로 암놈의 뒤만
을 쫓고 있었다.
그래서 토끼의 생리를 잘아는 동네 친구가 암수를 한
우리에 넣어 두면 숫놈이 일찍 죽게되니 암수를 따로
넣어 두라는 귀띔을 해준 일이 생각난다.
집이던 산이던 지구촌 어디서나 서식하고 있는 토끼들
의 종류는 참으로 많다고 했다.
이것을 두 종류로 크게 나누면 소위 축용종(蓄用種)인
<집토끼>와 야생토끼인 <멧토끼>가 그 것.
▼토끼를 주인공으로 다룬 민속에는 우리가 잘 아는
「토끼전(傳)=별주부전」이 있고 「토끼타령」-즉 판소
리 열 두 마당중의 하나인 「수궁가」가 있다.
판소리 열 두 마당 중에서 토끼의 화상(畵像)만을 그리
는 대목이 재미있다.
<토끼화상>은 잡가(雜歌)의 하나로 「토화상(兎畵像)」
이니 「토끼타령」이라고도 한다.
용왕(龍王)이 화공(畵工)을 불러 토끼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대목을 익살스럽게 옮겼기 때문.
사설(辭說)의 첫 부분을 보면 “토끼 화상을 그린다.
토끼 화상을 그린다.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렀소. 토
끼화상을 그린다. 이리저리 그린다”-.
▼패션에선 앙고라의 흰 토끼털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
「앙고라」에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 이따금 고소
를 자아낸다.
실타래子가 젊은 신문기자시절(물론 해방전) <하얼핀>
에 취재갔다가 송화강(松花江=승가리) 변의 한 「춤
방」에 친구 두 세명과 들렸었다.
댄스·홀에는 외국인 미녀(?)댄서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녀들은 생활때문에도 일본말이 한결같이 능숙했다).
백계 로서아인이 태반이고 폴랜드등 망명해온 여성들이
인형같이 예뻤다-. 실타래子는 흰털의 볼레로를 입은
백계로서아 계땐서와 탱고의 리듬에 시간가는 줄을 몰
랐었다.
홀에서 친구들과 나와 옆방 바의 테이블에 앉았을때 친
구들은 물론 자신도 크게 놀랐다.
실타래子가 입고 있던 감색양복의 앞쪽이 온통 솜털로
도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끼-하면 1943년경의 <하얼빈>의 한 댄스·홀과
백계로서아 여성의 앙고라 볼레로, 그리고 밀랍과 같던
그녀의 미모가 추억으로 떠오른다.
주착없는 소릴 새해부터 늘어 놓아 죄송하지만 앙고라
볼레로 때문에 당했던 수난이 생생해서다.
기묘년은 예쁜 토끼같이 선하고 사랑스럽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