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 기대하는 명브랜드 탄생
유럽에서 디자이너란, 패션공부를 한 뒤 독립하거나 이름있는 디자이너 밑에서 수련하면서 패션쇼를 통해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들의 공적이 눈에 띄면 유명 패션사에 전속으로 스카웃되거나 제휴관계에 들어가거나 혹은 백화점이나 의류전문 유통업체에 독자브랜드로 납품하는 행운을 얻게된다. 어느쪽이든 일단 실력을 인정받으면 자본 없이도 판매와 홍보가 가능하고 그 결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사정은 영 딴판이다.
애써 실력을 인정받아도 밑천이 없으면 기업과의 제휴는 물론이고, 백화점등 유통업체의 지원도 기대할수 없다.
따로 매장을 내기 어려운 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을 선호하는데 수수료가 워낙 높은데다 잦은 세일요구, “매출이 인격”이라는 식의 운영방침때문에 좀처럼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백화점에서 좋은제품을 골라 사입해줄 것을 바라지만 재고부담을 우려하는데다 입점 희망업체가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기성복시장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디자이너를 배출못한 채 해외브랜드에 고급패션시장을 몽땅 내주다시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와 이태리 진출을 꿈꾸던 많은 디자이너들이 좌절하거나, 급기야는 부도를 내고 재기에 힘쓰지만 여의치 않은 것은 이같은 실정을 대변하고도 남는다.
최근들어 백화점에 시달리던 많은 디자이너브랜드들은 삼구쇼핑을 비롯한 홈쇼핑TV를 통해 출구를 찾고 있다.
30% 수수료에 반품률도 높고 이미지가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위험부담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판로가 확보되고 홍보도 돼 한결 숨통이 트인다는 얘기도 가끔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홈쇼핑이 디자이너들의 구명줄이 결코 되어줄 순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를 키워야 명품이 생긴다는 것.
패션을 사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한 이나라는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하는 패션속국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39쇼핑은 자체 PB브랜드 IIDA의 5명들의 파리 컬렉션지원으로 요즘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옷을 홈쇼핑을 통해 팔고 그 수익금으로 5명의 디자이너에게 5년간 각각 10억원씩의 컬렉션 참가비용을 지원한다는 약속도 파격적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탄생할 수 있는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홈쇼핑 채널을 통해서 샤넬과 질 샌더, 랄프 로렌 못지 않은 명브랜드가 탄생되기를 기대하면 너무 지나칠까?
/유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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