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이슈없는 컬렉션에 실증쇼보다 작품에 충실한 시대돌입
트렌드 부재시대라고 한다.
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있는 충격도 감동도 없어졌다는 이런 주장은 전 세계적인 흐름인듯, 많은 패션 저널리스트들을 비롯한 패션 리더들은 뭔가 새로운 ‘Something New’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밀리터리와 데님, 빅토리언, 80년대, 꼴라쥬 혹은 블랙의 부활, 페미닌 & 머스큐린등은 최근 수년간 몇 번이나 트렌드의 단골 키워드였지만, 이들 대개는 이미 스트리트에서 전혀 생소한 이슈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확인된 트렌드가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80년대 후반. 알마니의 히트 이유는 여성이 남성처럼 강하게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하는 시대를 지나, 강하면서도 부드러워 지고 싶은 여성들의 정신적 변화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후 로메오 질리와 프라다는 ‘자연스러움’ 그자체를 찾아냈으며, 강하고 섹시한 여성이라고 하는 테마는 90년대 초 마돈나가 장폴 골티에의 의상을 입었을때, 그리고 티에르 뮤글레와 베르사체, 돌체 & 가바나가 수퍼 모델들을 이용해서 아주 섹시한 모드를 발표했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키워드였다.
그후 90년대를 통해 여성들이 충분히 강하고 자유로워졌음을 전제로 꼼므데 갸르송의 쉬크 펑크와, 존갈리아노의 꾸뛰르 모드, 혹은 슬립 드레스의 붐, 평범한 버나르 모드등에서 변신 가능하고 다면적인 인생을 구가하려는 여성들이 나왔으며, 이를 중심으로 갖가지 붐과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런의미에서 90년대는 음악을 비롯해 패션도 샘플링 & 리믹스의 시대. 즉, 과거에로의 타임슬립이다.
갖가지 시대의 스타일을 인용하고, 새로운 요소를 계속 섞어가며 창작하는 이 방법의 유행으로 인해, 90년대말에는 낡은 옷, 빈테이지, 리메이크 붐이 정착되어갔다.
이것을 과거의 재가공이라며, 빈정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모더니즘의 환상에 지금까지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감성에 불과하다.
빈테이지 웨어를 선택하는 것도 크리에이티브한 행위의 하나이고, 각종 샘플링 & 리믹스도 포스트 모던적인 시대가 갖을 수 있는 새로운 창조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컬렉션보다 주목받는 전시회 밀라노에서는 최근 쇼에 준하는 전시회를 발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디자이너 자신이 열심히 소재와 디테일을 설명해주는 이런 새로운 시도는 컬렉션을 보는 것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의 전부다. 이의 선구역할은 마르탄 마르제라가 이전부터 시도한 크리틱 설명회.
표면적으로 각종 기예를 동원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다, 옷과 패션 그자체를 좋아하고, 상품제조 그 자체에 자신감과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디자이너로서 ‘쇼를 보여주는 것보다 작품을 충실히 보여주고 설명하고 싶어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시켜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전세계적으로 디자이너는 늘어나고 있지만, 패션을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표현 형태로서 채용하는 시대는 피크가 지났다.
그래서인지 무엇이 크리에이티브인지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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