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되는 적자생존 원칙네임밸류가 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지원목적은 어디까지나 ‘산업육성’
서울 컬렉션위크가 폐막됐다.
패션쇼에 대해 내내 소극적이였던 대형 TV사들도 쇼장의 폭팔물 설치소동이 발생하자 약간은 코믹한 해프닝으로 서울 컬렉션 위크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장장 9일동안의 이번 행사는 분명 이업계의 적자생존의 원칙을 가장 엄격히 적용시키는 시험대였다.
54명의 디자이너쇼에는 의외의 아이디어와 소재의 매치등으로 새삼스럽게 주목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저 자주 보는 쇼의 어렌지 정도로, 약간은 기대이하여서 관람하는 기자들이나 바이어 혹은 관객들이 귀엣말을 나누거나 지루함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는 등, 전체적으로 쇼의 분위기가 느슨해져 버린 쇼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다양한 쇼를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것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쇼를 막 끝내고 나온 한 디자이너에게 소감을 묻자 시쿤둥하게 이런 대답을 한다.
“그냥 습관처럼 하는 거니까 그러려니 해요.”
지극히 사적인 질문에, 자연스러운 대답일뿐이였지만, 이말은 명백히 우리 패션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가장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쇼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을 붙들고 물어보아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영문도 이해도 못한 작품들에 대해 후하면 ‘재미있었다’는 표현을 하거나, 기껏해야 ‘쇼적인 맛이 없었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물론 좀더 적극적이라면 VIP자리에 앉아있는 연예인들에게 몰려가 사인정도를 받아내고 하나의 개인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자의 신문과 잡지는 컬러플한 액서사리용으로 패션쇼를 활용한다. “가장 위대한 컬렉션이었다”고.
그러나 이번 컬렉션에는 모두가 지쳤다. 너무 많은 쇼에 너무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저 그러려니 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지금 디자이너들의 입장에서 정말 솔직한 자기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있는 디자이너로서 열정도 흥분도 식어버린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런의미에서 이제 우리는 패션이라는 고부가가치적 뉘앙스의 외래어가 만들어 낸 의미없는 네임밸류의 환상으로 더 이상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냉정함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컬렉션이란 무대위의 모델들이 디자이너의 작품의 정점을 최대한으로 표현해 내고, 관객들도 전체적인 패션의 흐름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세계를 어필함과 동시에 비즈니스적인 연계를 목적으로 한다.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을 해 준 서울시의‘패션 서울’의 궁극적인 목적도 어디까지나 ‘산업육성’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컬렉션이 폐막된 지금 찬사에 익숙했던 디자이너들은 뭔가 혼돈에 빠져 있다.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자신의 네임밸류에 비해 비즈니스에 대해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는가를 재삼 인식해야 하는 시점임이 틀림없다.
/유수연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한국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