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아방가르드’서 ‘귀여운 사치’로…미의식 일대 변화만화·애니메이션 보수적 로얄 부띠끄
『개교 117주년을 맞는 이화여자대학교 생활과학대학 특별 세미나에서 日本靜岡文化藝術大學 후카이 아키코(深井晃子)氏는 최근 세계 패션의 키워드로 ‘일본적 귀여움’에 대해 고찰했다.
그는 스시와 다다미, 그리고 다도등 유럽 상류층의 문화속에 녹아들어가고 있는 일본문화를 지적한다. 이하 그의 강연을 바탕으로 향후 세계 패션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는 일본패션의 흐름과 현황을 그의 세미나 내용을 중심으로 점검해 본다.』
2003년 봄‘디올’컬렉션에는 기모노 문양의 가장 호화로운 드레스가 등장했다.
동양의 가장 화려한 색채와 과장된 표현에 서양의 패션관계자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치 본사를 장식한 浮世繪(우키요에-에도시대에 성행한 일본 풍속화)풍의 인테리어, 그리고 파리, 도쿄, 뉴욕, 런던, 밀라노 등, 세계각지의 자사 쇼윈도에 벚꽃 잎을 흐트려 놓은 LV의 쇼윈도우가 눈길을 끌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평면적 화법으로 미지의 나라 일본이 서양의 미술계 선보인 것은 19세기 부터였다.
이후, 일본문화는 경제적 번영과 함께 패션디자인을 포함한 건축이나 그래픽스 등, 소위 디자인 분야에서 맹활약을 했으며, 서양인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가기 시작했다. 70년대 다카다 켄조에 이어 80년대 가와쿠보 레이 와 야마모토 요지가 속속 파리에 간 것이다.
이들 일본인 디자이너들은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무채색으로 표면은 구멍이 나서 마구 찢겨진 듯 했다. 형태 역시 헐렁헐렁 맞지 않은 듯 해서, 서양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폭탄에 맞아 너덜너덜 거리는 거렁뱅이 옷 까마귀떼 혹은 오뜨꾸뛰르에 대한 모독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서양사람들이 말하는 형태(포름)과 아름다운 컬러의 관념을 무시해버리고 묵화와 같은 무채색의 전혀 새로운 착장법으로 충격적인 세계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에 등장한 초기에는 비슷한 표현을 한 두사람은 궁극적으로는 각각 다른 방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즌이라는 사이클에 맞춰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것이라는 패션의 본질을 알아챈 카와쿠보 레이는 매시즌마다 변화를 시도했다.
금욕적인 검정에서부터 다채로운 색채의 사용으로 변신을 하기도 하고, 네오펑크로 스트리트 패션에 접근하는가 싶으면, 아트에도 통하는 조형을 대담하게 옷으로 표현하고, 급기야는 01 추동, 섹시한 인너 패션을 내놓아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기도 했다.
한편, 가장 서구적인 옷을 만들고 싶어했던 야마모토는, 80년대 중반 이후, 테일러드나 화려한 드레스의 기법을 자신만의 독자적인 표현으로 찾아냈다.
그는 2001년 이후, 대중 레벨에서의 세계적인 레벨 ‘아디다스’와 맞잡고 스포츠 슈즈를 발표, 훌륭하게 스포츠 웨어 전개에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오뜨꾸뛰르에 요오지 야마모토, 프레타 포르테라인인 와이즈, 그리고 스포츠 라인으로 아디다스등 3개 라인을 성립시킨 것이다.
80년대의 일본 디자인의 전성기 이후에 네덜란드의 마르탱 마르젤라는 가와쿠보, 야마모토에게 큰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데뷔 당시부터 일본버선 모양의 부츠. 그 원형에는 손수 만든 콤비(쇠붙이의 일종), 무엇보다도 너덜너덜하게 보여도 자신이 고집하는 소재로 만든 그의 옷은, 분명히 일본인의 미의식으로 통하는 “호사스러운 검소”함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일본문화의 진수라고도 말할 수 있는 철학적인 최고의 사치. 마르젤라는 일본인 스스로가 잊어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본문화의 본질을 다른 외국인의 눈으로 상기시켜 준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 현대 일본인들의 미의식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듯한 기호성이 있다.
게다가 일본만화에는 대중성, 유아성, 빠른 판단력, 그리고 나쁜 취향, 섹시함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친근함이 세상 사람들에게 침투하고 있고, 21세기가 되어 만화의 영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특히 일본의 시부야, 하라주쿠에서 보이는 독특한 스트리트 패션은 만화와 긴밀하게 관련지어져 있다. 더욱이 LV는 村上隆의 만화적인 디자인을 2003년 춘·하 시즌에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다채로운 색채와 일본의 또 다른 특질인 만화와도 통하는 귀염성. 즉 유아지향을 시사하는 기호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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