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역설적 메시지…知的인 컬렉션에 갈채긴장감 넘치는 위트와 파라독스 ‘근원은 자연주의’
화려한 패션쇼를 보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난 2일 경주 문화 엑스포의 초청디자이너 최복호씨의 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우연히 몸담게 됐을 뿐인 우리의 현재의 공간. 모든 집착은 허망하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을 점하고 있는 ‘옷’이라고 하는 역설적인 메시지.
어쩌면 그는 모든 면에서 패션 디자이너라기 보다 퍼포먼스 연출가나 시인, 혹은 철학가라는 이미지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73년 ‘의처증 환자의 작품 D’라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일찍부터 고발 의상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의 이력이 그렇고, 95년부터 매년 지구의 날 행사에 환경 퍼포먼스를 통해 자연 회복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환기 시켜온 사회 참여의식이 그를 그렇게 인식시키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을때, 그는 아예 패션쇼를 진혼제로 컨셉을 바꿔버렸다.
사람들의 옷이 모두 하늘로 승천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모든 관객들을 펑펑 울려 버렸을만큼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쇼에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따뜻한 생명체처럼 휴머니티가 흐르고 있다.
이번 경주 문화엑스포 초청쇼에서도 삶과 죽음의 의식이 화려한 금박과 문양으로 휘감은 무희들에 의한 연출과 강한 프린트와 전통적 문양, 각종 컬러와의 믹스매치에 깔끔한 실루엣이 밀려나오는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실밥들을 터실터실하게 노출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잊지 않았다.
아무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그의 자연주의에 근간한 그의 사상은 또다시 과거의 순수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정제된 패션으로 새롭게 피어났다.
퍼포먼스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카테고리를 행위적 패션 쇼로 연출, 옷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하는 그의 컬렉션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知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발한 발상이 만들어내는 패션 철학과 신념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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