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디자이너 쇼가 재미없어 졌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있지만, 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있는 충격적이라든가, 감동적인 쇼가 없다는 이런 생각은 전 세계적인 흐름인듯하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수년간 몇 번이나 트렌드의 키워드이자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골 메뉴로 밀리터리와 데님, 빅토리언, 80년대, 꼴라쥬 혹은 블랙의 부활, 페미닌 & 머스큐린등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 테마도 역시 이미 스트리트에서 전혀 생소한 이슈가 아니다.
거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컬렉션에서 확인된 트렌드가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크리스티앙 디올의 군복 무늬나, 샤넬의 데님 수트는 컬렉션이나 브랜드 정보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누구라도 입어보고 싶은 옷들이긴 하다.
단지 분명한 것은 지금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30년전 디자이너 메종을 선택하면서 누렸던 트렌드 리더로서의 특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요소가 없다
확실히 패션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였다.
80년대 후반. 알마니가 히트한 이유 역시 여성이 남성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하는 시대를 지나, 강하면서도 부드러워 지고 싶은 여성들의 정신적 변화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후 로메오 질리와 프라다가 나왔을 때에는 자연스러움 그자체에 조명이 비쳐졌으며, 강하고 섹시한 여성이라고 하는 테마는 90년대 초 마돈나가 장폴 골티에와 그리고 티에르 뮤글레와 베르사체, 돌체 & 가바나가 수퍼모델들을 이용했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그후 여성이 충분히 강하고 자유로워졌음을 전제로 90년대는 꼼므데 갸르송의 쉬크 펑크와, 존갈리아노의 꾸뛰르 모드, 혹은 슬립 드레스의 붐, 평범한 버나르 모드등 여성 스스로가 변신 가능하고 다면적인 느낌으로 나왔으며, 이를 중심으로 갖가지 붐과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자유로워진 결과, 여성들의 이상적인 삶의 방법과 방향성은 어떤 키워드로도 종합할 수 없게 되었고, 트렌드라는 단어를 압축해서 주장할 수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제 사회 통념과 생활 스타일, 남녀 관계등이 다이나믹하게 변화되지 않는 한, 뭔가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한계에 달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더 크고 새로운 여성상 혹은 남성상이 보이지 않는 지금 한동안 20세기 유산을 되풀이 하는 복고와 노스탈지아 라는 테마가 재탕 삼탕 이어진다는 것이다.
컬렉션보다 주목받는 전시회
그래서인지 최근 밀라노에서는 쇼에 준하는 전시회를 발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디자이너 자신이 열심히 소재와 디테일을 설명해주는 이런 새로운 시도는 컬렉션을 보는 것 이상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디자이너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쇼가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표현 형태로서 피크가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쇼뿐만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패션의 정점처럼 여겨지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음을 확신하는 시점에서, 무엇을 크리에이티브로 취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새삼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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