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독일월드컵 개막으로 동대문 쇼핑가에 고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밤 8시 이후 주로 고객들이 몰리는 동대문 쇼핑가는 월드컵 경기가 밤 10시 이후 열리는 탓에 고객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월드컵 마케팅 전략을 통한 홍보활동이 실패하며 유동인구는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월드컵 개막과 동시에 50%이상 야간고객이 줄어들었다”며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고객이 줄어드니 대처방안이 없다”며 월드컵 시즌 매출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소매상인은 “물량을 지난달의 30%만 주문했다”며 “6월달 고전으로 여름상품의 수요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상인의 경우 시즌상품인 나시티셔츠·반바지를 취급하는 매장이지만 고객들이 거의 없어 주말 물량이 그대로 쌓여있다.
쇼핑가에 입점해 있는 대부분 상인들은 “월드컵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월드컵시즌과 휴가시즌이 겹쳐 관리비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지방 소매상인들의 발길도 끊겨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월드컵 관련 상품 외에는 거의 나가지 않아 지방 소매상들도 동대문 원정을 미루고 있는 것. 대전지역의 한 소매상은 “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동대문이 이정도인데 지방은 재고물량 소진도 버겁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6월 한 달간은 입주 상인들의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2002년처럼 거리에 TV를 틀수도 없어 한국전이 있는 날에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상인들은 전기세라도 아낄 요량으로 한국전이 있는 날은 매장 오픈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4년 전 붉은 티셔츠 특수를 누리며 월드컵이 오기만을 기다린 티셔츠 매출도 달라진 국내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길거리 응원이 축소되면서 티셔츠 판매도 불황이다. 브랜드 업계의 공식응원복 출시로 순식간에 ‘짝퉁’으로 전락하며 판매에 된서리를 맞았다. 붉은티 생산업자는 “재생산에 들어간 디자인은 하나도 없다. 도매상인들이 완전히 망했다”라고 전했다. 주변 상인들도 붉은 티셔츠 시너지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이다. 2002년만 해도 붉은 티셔츠를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주변 상인들도 재미를 봤던 것.
먼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광풍이 이래저래 야간쇼핑의 메카 동대문만 울상 짓게 하고 있다.